60% 폭등 감자, 주로 봄철 생산
작년 가뭄ㆍ역병 돌아 재고량 급감
이달부터 가격 평년 수준 안정
배추ㆍ무 수급도 환경에 큰 영향
농식품부, 계약 재배 등 적극 확대
안정제 물량 생산량 8%→10%로
감자는 왜 ‘금(金)자’가 됐을까. 사연은 이렇다. 감자는 주로 5월 말~7월 초 생산되는 봄감자가 연간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봄감자 외 8~10월 나오는 고랭지 감자, 3~5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시설 봄감자도 있다. 결국 각 시기별 작황과 생산량에 따라 전체 수급 이 좌우된다. 그런데 지난해 봄 극심한 가뭄으로 봄 감자 생산량이 전년 대비 18% 이상 줄었다. 더구나 지난해 9월 고랭지 감자 수확철에도 역병이 돌아 생산량이 19% 가량 감소했다. 이렇게 작년산 저장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올해 시설 봄 감자도 한파 피해를 입으며 지난달 감자 소비자물가(통계청 기준)는 1년 전에 비해 59.1%나 상승했다. 감자값은 이달부터 봄감자가 본격 출하되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1일 20kg 기준 도매가는 2만6,600원으로, 지난달보다 64.3% 하락했다.
감자, 배추, 무 등 노지에서 재배되는 채소 가격의 단기 등락폭이 심해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채소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3.5% 상승했다. 최근 1%대 안팎의 저물가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전체 소비자물가와 괴리가 크다. 물론 지난해 가격이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오름폭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 먹거리 물가는 소비자 체감도가 높아 농민들 입장에선 채소가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게 억울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이달 초부터는 봄 작물 출하로 도매가가 하락하기 시작, 조만간 장바구니 물가도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노지 채소는 통상 시설에서 재배되는 작물보다 기상 이변 등 외부 요인에 의한 피해를 입을 위험이 크다. 때문에 작황 시기별로 재배면적이나 생육 상황이 달라져 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경우도 적잖다. 특히 지난 1~2월 한파와 폭설로 피해를 입은 배추는 지난달 30.2%, 무는 45.4% 상승했다. 겨울 배추와 무가 각각 전남 해남군과 제주에서 90% 이상 생산되다 보니, 주산지가 한파 피해를 입으면 전체 수급 물량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얼었다 녹은 상품들은 저장성이 떨어져 생산량뿐 아니라 저장량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소비자 물가와 농가 소득 안정 차원에서 노지 채소 계약 재배, 채소가격안정제 시행, 주산지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사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들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배추, 무, 고추 등 가격 등락폭이 큰 8개 작물은 농협과 농가가 재배 계약을 맺어 생산ㆍ출하를 조절한다. 또 주산지 품목별로 지방자치단체, 생산자 등이 참여하는 주산지협의체를 통해 계약 물량의 50%까지 생산ㆍ출하를 조절하는 채소가격안정제에 힘을 쏟고 있다. 채소가격안정제 물량은 지난해 기준 전체 생산량의 8%에서 올해 10%까지 확대된다.
농업계에서는 기후 및 생산량 관측을 보다 더 고도화하고 생산자단체 중심으로 수급 불안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농식품부 농산물 수급조절위원장인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정부는 생산자에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적정 생산을 유도하고, 생산자들도 재해가 발생하면 정부 지원만 바라기보다 적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기동 농협중앙회 품목연합부장은 “수급 안정을 위해 농가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선 사전 면적 조절이나 계약재배에 참여하는 농가가 비참여농가보다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유인책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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