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 2년차에 접어든 시점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청와대와 부분 개각 협의를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개각 문제를 총리가 먼저 언급한 것이 이례적이고 시점도 묘해서다. 이 총리의 언급이 유럽순방 중 가진 언론 간담회에서, 그것도 취임 1년의 소회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무게감이 떨어지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신중한 처신으로 일관해온 이 총리가 최근 총리실 주관의 장관 평가 사실까지 공개하며 개각을 거론한 것은 정권 내부에 진용 개편 및 분위기 쇄신 요구가 높다는 방증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 총리는 "1년 동안 개각이 없었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일 중심으로, 문제를 대처하고 관리하는데 다른 방식이 필요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6ㆍ13 지방선거 후 개각)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분개각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미 기초협의를 했다"며 총리실이 이달 초 부처와 장관을 대상으로 업무평가를 실시한 사실도 공개했다. 하지만 그는 '평가결과 법무ㆍ국방ㆍ환경ㆍ여성가족부 등이 개각 우선 순위에 올랐다'는 일부 관측에 대해선 말을 흐렸다.
사실 그동안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 개각 필요성은 누차 지적돼 왔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조각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이른바 '캠ㆍ코ㆍ더' 위주로 인선한 결과 업무수행 능력과 자질이 의심되는 장관들이 적잖이 발견된 까닭이다. 앞에 언급된 4개 부처는 각각 암호화폐, 소신 발언, 쓰레기 대란, 미투 운동 등과 관련해 장관이 혼선과 물의의 중심에 선 경우다. 그러나 대입제도를 개혁한답시고 헛발질만 거듭해 학부모의 원성을 산 교육부, 노동개혁이 긴요한 시기에 노동단체에 끌려다니는 노동부도 예외가 아니다.
총리 입에서 개각 얘기가 나온 이상, 청와대는 발언에 거리를 두기 보다 쇄신 차원에서 가급적 시기를 앞당기고 개각 폭과 인재 풀을 크게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와대 대신 내각이 일을 하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장관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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