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례적으로 “지켜보자” 언급만
CVID, 빠른 비핵화 원칙 견지하면서도
‘先 핵폐기’ 조정해 北 요구 수용 가능성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재고를 경고하고 나선 북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비핵화 해법을 두고 북한이 거센 거부 반응을 보인 리비아 모델에는 선을 긋고 ‘트럼프 모델’을 표방했지만 정부 내에서도 엇박자를 노출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정상회담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전혀 통보 받은 바도 없다.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되는 질문에 “지켜보자”는 말만 계속하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주장을 고수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비핵화 목표가 흔들리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트위터를 통해 여러 이슈에 즉각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관련 언급은 일체 내놓지 않았다. 미 언론들은 “이례적”이라고 반응했는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왔던 터라 트럼프 대통령이 정면 대응으로 판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그들이 정상회담을 원하지 않는다면 괜찮다. 우리는 최대 압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정상회담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뜻을 보이면서도 “정상회담 성사는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대목이다. 백악관 역시 북한이 거부한 리비아 모델에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샌더스 대변인은 리비아 모델에 대해 “우리가 적용중인 모델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이것(비핵화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다. 대통령은 이것을 그가 적합하다고 보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고 우리는 100%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백악관이 ‘트럼프 모델’을 표방하긴 했지만 샌더스 대변인이 “정해진 틀이 없다”고 한 언급에서 보듯 아직 확정된 방안이 있는 건 아니다. 그간 미국 정부 내에서도 제재 완화 시점 등을 두고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 노출돼왔다.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은 ‘선 비핵화ㆍ후 보상’ 입장을 견지했으나, 빠른 비핵화 조치 대가로 대규모 경제 지원을 제시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제재 완화 시점에서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정부 내에서도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적으로 리비아 모델에 선을 그은 것은 폼페이오 장관에 무게를 실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그간 언급을 감안하면 트럼프 모델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과 ‘빠른 비핵화 속도’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선핵 폐기’ 대목을 조정해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를 일정 정도 수용하는 방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식 비핵화는 리비아 방식을 희망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이해도 반영해서 일종의 빼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닐까 한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단계를 일부 인정하거나 제재를 보다 조기에 완화시켜주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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