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올해 외교청서에서도 독도가 자국 영토이며 한국의 실효지배는 불법 점거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된 일인 데다 한국이 독도를 점유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데도 불쾌하다. 독도 문제가 역사 문제가 아닌 영토 문제라는 일본 정부의 인식과 달리 우리에게 독도는 역사 문제여서 국민의 역사감정이 적잖이 상한 때문이다.
더욱 불쾌한 것은 외교청서에 “한국이 일본해라는 호칭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추가한 대목이다. 일본은 1963년 이래 외교청서에 독도 관련 기술을 빠뜨리지 않았지만 이와 관련해 동해의 호칭 문제까지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2005년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이후 방위백서가 독도 관련 기술을 실어온 것과 함께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독도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일본 정부가 아무런 실익 없이 한국 국민 감정만 자극할 행동에 이리 적극적인 이유는 뻔하다. 끊임없이 국민 감정을 밖으로 돌려 국내에서의 정치적 이익을 누리려는 상징 조작일 뿐이다. 시기적으로도 공교롭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과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으로 6년 반 만에 양국 정상 간 왕복 외교가 복원된 게 9일이다. 두 정상이 함께 올해 ‘김대중ㆍ오부치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계기로 다방면에서 양국 관계를 개선하자고 다짐하던 장면도 눈에 선하다. 일본 정부가 약간의 성의나 의지만 가졌어도 얼마든지 부드럽게 손질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외교청서가 한일 관계에 대해 “한일 연대와 협력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불가결하다”는 정도의 기술에 머문 것도 우려된다. 2015년 3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가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내용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로 바꾼 데서 다시 뒷걸음질친 결과다. 일본 정부의 이런 인식이 일본 국민의 혐한(嫌韓) 감정과 공명해 온 경과에 비추어 양국 관계 개선 전망은 한결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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