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최초 개발 ‘핵무기 연구의 고향’… 리비아 핵물질도 보관 중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 반출 장소로 지목한 미국 테네시 주 오크리지는 미국 핵무기 연구의 고향이다. 테네시 주 동쪽 인구 2만9,000여명의 작은 도시 오크리지는 1942년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개발을 위해 조성됐다. 원폭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추진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를 수도 워싱턴에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원자력 도시’(Atomic City) 혹은 ‘비밀의 도시’(the Secret City)로도 불린다.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정부는 핵무기에 사용할 물질을 개발하는 장소로 오크리지를 선정하고, 핵무기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을 조성했다. 우라늄 농축 공장인 K-25와 Y-12, 시험용 플루토늄 제조 원자로인 X-10 흑연원자로가 오크리지의 대표적 핵시설이다.
미 행정부는 이런 역사적 상징성을 높이 평가해 오크리지와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워싱턴주 핸퍼드 등 맨해튼 프로젝트와 관련된 지역 3곳을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미국 에너지부는 현재 오크리지에서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핵기술은 물론 슈퍼컴퓨터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첨단 과학 분야의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2차 대전 종전으로 ‘맨해튼 프로젝트’가 종료됐지만 오크리지는 이후에도 미국 핵 관련 연구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1943년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Y-12는 냉전 종식 이후에도 핵 물질과 관련 장비의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다. Y-12는 미국은 물론 리비아, 구 소련 등 다른 나라에서 넘겨받은 핵 물질을 안전하게 보관 중이다. 2010년 3월 칠레가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HEU)을 이곳으로 넘긴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특히 2004년에는 북한 비핵화 모델로 주목 받는 리비아로부터 핵무기 관련 장비를 넘겨 받아 보관 중이다. 미국은 2004년 1월 리비아로부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한 중요 문서와 관련 장비를 넘겨 받은 뒤 수송기로 실어와 오크리지에서 밀봉했다. 여기에는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 장거리 미사일용 탄도미사일 유도장치 등이 포함됐다.
6개월 뒤인 2004년 7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오크리지를 직접 방문해 “북한과 이란 지도자들에게 핵무기 개발 야욕이 그들의 국익에 반한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북한과 이란의 비핵화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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