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계보다 모계 쪽 가족 자주 만나
“아들 하나는 있어야 든든하지.” 과거 수많은 딸과 며느리들이 양가 부모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딸 하나는 있어야 한다’(44%)는 사람들이 ‘아들 하나는 있어야 한다’(23%)는 사람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아졌다. ‘부계(아버지ㆍ남편)쪽 가족을 더 자주 만난다’(24%)는 사람보다 ‘모계(어머니ㆍ아내)쪽 가족을 더 자주 만난다’(36%)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지 모른다.
한국리서치가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지난달 18~20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가족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 확인된다.
우선 결혼과 자녀는 인생에서 필수라는 인식이 과거에 비해 감소했다. 국민 2명 중 1명(46%)이 결혼은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자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응답(63%)도 과거(2013년 79.9%, 2016년 71.3%)보다 줄었다.
다만 성별ㆍ연령별 격차가 컸다. 남성의 경우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와 ‘자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이 각각 68%, 72%에 달했지만 여성은 41%, 54%에 머물렀다. 또 20대는 ‘그렇다’는 응답이 둘 다 37%에 불과했으나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점점 늘어나 60세 이상은 ‘그렇다’는 응답이 각각 71%, 81%에 이르렀다.
자녀의 수는 ‘하나인 것보다 둘 이상이 낫다’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대답이 73%로 높게 나타났다. 20대와 30대에서도 ‘그렇다’는 응답이 58% 67%로 나타나, 결국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의식 변화가 아니라 양육 여건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자녀의 성별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딸을 선호했다. ‘아들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 29%, 60세 이상 27%였으나, ‘딸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 42%, 60세 이상 50%였다. 부계와 모계 가족 중 누구를 더 자주 만나는지에 대해서는 ‘둘 다 비슷하게 만난다’(39%)가 가장 높았지만 부계쪽(24%)보다는 모계쪽(36%)을 더 자주 만난다는 응답이 많았다.
자녀가 결혼을 하지 않고 자녀를 갖는다고 할 경우에 대해서는 찬성이 23%, 반대가 77%로 여전히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녀가 결혼 후 의도적으로 자녀를 낳지 않고 ‘딩크족’으로 사는 데 대해서도 찬성(36%)보다 반대(63%)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20대(75%), 미혼(65%)에서는 딩크족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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