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입률 70% 불구 기술 낙후
11년 전 10ㆍ4 선언 합의 사항들
정상회담 훈풍 속 실행 기대 커져
3개 통신사, 시장 개척 벌써 눈독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 경제협력에도 훈풍이 불어오는 가운데, 국내 통신업계는 통신 분야에서도 협력이 진행될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한 통신 상황이 국내 통신업체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북한도 통신산업 발전이 중요하다”는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이동전화’라고 불리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인구의 6분의 1 수준인 약 40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동영상 시청과 음악감상, 게임 등이 가능한 스마트폰은 20,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접속은 차단돼있지만, 북한 정부는 구글 등 웹사이트를 흉내 낸 자체 인트라넷을 만들어 북한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2년간 북한 통신망 구축 작업에 참여했던 이집트 출신 기술자는 2015년 북한전문매체와 인터뷰에서 “북한에도 뉴스 웹사이트가 있고, 인트라넷을 이용해 열차 시간표나 날씨, 환율 등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매우 낙후된 북한 통신망 재건이 필수다. 4세대 이동통신망인 LTE를 넘어 내년 5G 상용화를 앞둔 우리와 달리 북한은 아직 3G망을 사용하고 있다. 2008년 12월 이집트 통신사 오라스콤이 북한과의 합작으로 설립한 ‘고려링크’가 주요 통신사업체다. 그러나 이동통신사 가입률이 70%에 육박하는 평양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망 보급률이 10% 수준으로 아직 일반 주민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문자메시지 전송조차 어렵다는 증언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사정은 알기 어렵지만, 현재 우리나라보다 15년 이상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 분야 경제협력의 시작은 개성공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은 2007년 10ㆍ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는데, 10ㆍ4 선언에 ‘개성공업지구의 통행ㆍ통신ㆍ통관 등 제반ㆍ제도적 조치를 완비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공단 내 입주기업과 우리나라 간 연결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통신망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개성에서부터 차근차근 인프라를 만들어갈 것”이라면서 “일단 북한의 통신망과 우리측의 기술을 표준화하는 것부터가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 SK텔레콤과 필수설비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KT, 그리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목마른 LG유플러스 모두가 통신 부문 경협에 관심을 보인다. 이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고, 미래 산업인 5G에서도 아직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KT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판문점에 방송망 등 통신 시스템과 시설을 구축하고 5G 기지국도 설치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KT 관계자는 “북한과의 통신 협력이 진행된다면 업계에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면서 “KT가 앞으로 발전시킬 5G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남북 화해 협력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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