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에 걸쳐 신도들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가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14시간 넘게 조사받았다. 이 목사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오전 8시4분쯤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 출석한 이 목사는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 “한 말씀 해달라”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교회 직원들 부축을 받으며 조사실로 들어갔다. 그는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예정된 조사시간인 오전 9시보다 1시간가량 일찍 출석했다.
이 목사에 대한 조사는 14시간이 지난 오후 10시쯤에서야 끝났다. 이 목사는 경찰 조사에서 “사실이 아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이 목사의 피해자가 다수고 조사할 내용이 많아 28일 오전 10시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목사는 수 년에 걸쳐 교회 여신도 10여명을 성폭행한 혐의(상습준강간)를 받고 있다. 특히 교회 지도자로서의 지위와 피해자들의 신앙심을 이용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목사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진 만민중앙교회는 신도 13만여명의 대형 교회다.
경찰은 이 목사가 교회에서의 권력관계를 이용해 성범죄을 저질렀다고 보고 상습준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피해자들은 이 목사가 ‘신의 지시’ ‘하나님의 선택’이라며 신앙심을 악용했고,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나를 배신한 사람은 모두 죽었다’는 취지로 협박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은 이달 초 신도 6명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이 목사가 1990년대 말부터 2015년까지 수 차례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고소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경찰에 피해를 진술한 다른 신도까지 합하면 성폭행 피해자는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서 이 목사를 출국금지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