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시리즈 브랜드 리더로
6년 만에 출시한 대형 세단
전면 ‘쿼드릭 패턴 그릴’ 역동성에
실내 16개 무드조명 세련미 더해
현대차 G80^EQ900과 차별화
동급 수입차 비해 넓은 것도 강점
기아자동차는 최근 6년 만에 출시한 대형 플래그십 세단 ‘더 K9’의 성공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권혁우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은 지난달 “2세대 더 K9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차’라고 밝혔다. 기아차 K 시리즈 전체의 성공은 대형 세단시장에서 더 K9이 입지를 단단히 굳혀 K 시리즈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달려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K9이 출사표를 던진 국내 대형 세단시장에는 현대차의 제네시스가 이미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더 K9과 동급차종인 제네시스 G80ㆍEQ900 간 비교 자체를 꺼린다. “형제의 난” 제살깎아먹기” 등의 표현처럼 한쪽이 더 낫다고 비교해봤자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아차는 더 K9의 경쟁차종으로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을 언급하지만, 정작 넘어서야 할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제네시스란 평가가 적지 않다. 더 K9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장 먼저 비교해 보고 싶은 차는 제네시스이다.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강원 춘천시까지 왕복 157㎞를 달리며 2세대 더 K9을 몰아봤다. 더 K9은 크기 면에선 G80보다 크고 EQ900보단 조금 작다. 더 K9은 전장(길이) 5,120㎜ 전폭(너비) 1,915㎜, 전고(높이) 1,490㎜다. 이에 반해 G80은 각각 4,990㎜, 1,890㎜, 1,480㎜이고 EQ900은 5,205㎜, 1,915㎜, 1,495㎜이다. G80과 EQ900을 비교하면 크기 차이가 두드러지지만, 더 K9을 가운데 두고 양측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세 차 모두 동급 수입세단과 비교해 크고 넓다는 사실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더 K9은 1세대 K9(전장 5,095㎜, 전폭 1,900㎜, 전고 1,490㎜)보다 커졌다.
외관의 인상은 더 K9이 EQ900보다 확실히 더 젊어 보인다. EQ900이 운전기사를 따로 두고 뒷좌석에 타는 ‘사장님 차’ 느낌이라면, 더 K9은 젊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 것 같은 이미지다. 더 K9의 전면부엔 빛의 궤적을 형상화환 주간주행등(DRL)과 응축된 에너지가 확산되며 변화해가는 과정을 이중 곡선으로 디자인한 ‘쿼드릭 패턴 그릴’ 등이 적용해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조됐다. 특히 더 K9은 세계적 색상 권위기관인 ‘팬톤 색채 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실내공간 16개 부위에 무드 조명을 설치,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반영했다.
한편 더 K9보다 콤팩트 한 G80은 좀 더 젊은 층의 취향을 반영해 더욱 스포티한 이미지가 부각된 모델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 K9이 G80과 EQ900 사이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며 “실내공간의 넉넉함과 고급스러움 등에서 더 K9은 EQ900에 뒤지지 않고 외모는 EQ900과 G80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세부성능을 따져본다면 3.8 가솔린 엔진 기준으로 세 차종은 배기량과 최대출력, 최대토크 등에서 같다. 배기량 3,778㏄, 최고출력 315마력(ps), 최대토크 40.5㎏fㆍm이다. 사실 더 K9과 EQ900의 경우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선택한다고 해도 운전하는 재미를 크게 느끼긴 어렵다. 워낙 차의 정숙성과 승차감을 강조한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120㎞ 이상 밟아도 속도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약간 졸음이 올 정도다. 고급 대형세단을 원하면서도 역동적인 퍼포먼스까지 기대한다면 G80을 선택하는 게 맞을 수 있다.
하지만 3.8 가솔린 엔진에서 최하위 트림 기준 더 K9 가격이 5,490만원(플래티넘)인데 반해 G80은 6,390만원(프레스티지), EQ900은 7,500만원(럭셔리)이다. 더 K9이 무려 1,000만~2,000만원 저렴하다. 고급스러움과 실내공간의 넉넉함, 주행성능 등에서 별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경제성을 우선으로 따진다면 더 K9이 더욱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G80(피아니스트)은 2열 통풍기능과 전동식 파워시트가 기본 적용인 데 반해 동급사양인 더 K9(플래티넘Ⅲ)은 VIP시트 옵션으로 300만원을 추가해야 하는 등 옵션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요즘처럼 유가가 오르는 시기에는 유류비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다. 그 점에서는 G80이 앞선다. 더 K9ㆍG80ㆍEQ900 중 디젤 엔진이 있는 모델은 G80이 유일하다. 사실 3.8 가솔린 모델 기준 세 차종의 공식연비는 ℓ당 8.5~9.0㎞에 불과하다. G80 디젤 모델의 연비는 ℓ당 13.8㎞로 훨씬 높다.
만일 세 차종 중 하나를 꼭 구입하고 싶은데 가장 저렴한 모델을 찾는다면 G80이 정답이다. G80(3.3 가솔린)은 4,880만원으로 세 차종 중 유일하게 4,000만대에 구입할 수 있는 모델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 K9은 성능은 높이면서도 가격은 5,000만원대로 낮춤으로써 G80ㆍEQ900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자신이 우선시하는 조건에 가중치를 둬 차를 구매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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