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금리 정상화가 본격화할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신용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 현대경제연구원의 ‘신흥국발(發) 부채 위기 오나? 글로벌 유동성 흐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94.4%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3분기(73.9%)보다 20.5%포인트 증가한 것이고, 과다 부채 여부를 판단하는 임계치(75%)보다도 19.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가계 부채 증가 폭도 같은 기간 주요 43개국 가운데 노르웨이(30.8%포인트) 중국(29.6%포인트) 태국(23.8%포인트) 스위스(22.9%포인트)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이 기간 신흥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19.6%에서 38.9%로 19.3%포인트 상승해 선진국(75.7%→76.2%) 보다 증가 속도가 빨랐다.
한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도 지난해 3분기 기준 99.4%로, 임계치(80%)보다 19.4%포인트 높았다. 신흥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는 2008년 56.2%에서 지난해 104.3%로 48.1%포인트 늘어났고 선진국도 같은 기간 86.8%에서 91.7%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2008년 이후 주요국 정부의 양적 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이 신흥국의 민간 신용과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흥국의 신용 증가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할 경우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22개국과 한국을 비롯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21개국 등 총 43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신흥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은 2009년 99.1%에서 2017년 143.2%로 44.1%포인트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선진국의 GDP 대비 민간 신용은 176.3%에서 167.9%로 8.4%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민간 신용 확대에 따라 위기 위험 국가로 분류된 16개국 중 12개국이 신흥국이었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금융ㆍ통화 정책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신흥국발 신용위기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단기외채, 외환보유고, 국가신용등급 등 대외 부문과 재정수지, 정부부채 등 대내 부문의 건전성을 잘 관리해 외부 충격에고 흔들리지 않는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다져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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