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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가 읽는대”... ‘아이돌 셀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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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가 읽는대”... ‘아이돌 셀러’ 바람

입력
2018.04.05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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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니엘 ‘시요일’ 언급에

창비 휴대폰 詩 앱이 마비

아이린이 “읽었다”고 소개 후

‘82년생…’ 이달 6만여부 팔려

'달과 6펜스'(민음사)를 읽는 갓세븐 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달과 6펜스'(민음사)를 읽는 갓세븐 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 오빠 뭐 읽어?”

책 시장을 긴장시키는 한 마디다. 뭐든 같이 하고 싶은 게 사랑이라고 했던가. 아이돌 팬들은 아이돌이 읽는 책을 ‘열광적으로’ 산다. “책 읽는 아이돌, 나야 나!” 아이돌은 책으로 ‘뇌도 섹시한 존재임’을 슬쩍 과시한다. 아이돌 파워로 베스트셀러가 된, 이른바 ‘아이돌 셀러’가 요즘 출판계 화두다. 음악과 문학이 한 뿌리여서인지, 시, 소설, 산문이 주로 소비된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은 이달 들어 6만부 넘게 팔렸다. ‘아이린 효과’다.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이 19일 팬미팅에서 이 소설을 읽었다고 소개했다.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아이린이 페미니스트 소설을 읽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했다”며 분개한 남성 팬들의 ‘사이버 린치’로 시끄러웠다. 어쨌든 책 판매엔 불이 붙었다. 아이돌그룹 워너원 강다니엘의 한 마디는 창비의 휴대폰 시(詩) 어플리케이션 ‘시요일’을 마비시켰다. “시요일로 시를 읽고 가사를 쓰기도 해요.”(18일 새벽 팬들과의 라이브방송) 4시간 넘게 서버가 불통이었고, 18, 19일 1만5,000명이 시요일을 다운받았다.

창비 인스타그램 캡처
창비 인스타그램 캡처

“사람에게 미움받고. 시간에게 용서받았던.” 지난 1월 엑소 세훈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책의 한 구절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의 한 페이지로 밝혀진지 한 시간 만에 4,000부가 판매됐다. 2008년 나온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마음산책)은 최근 1쇄(약 3,000부)를 더 찍었다. 팬사인회에서 책을 소개한 워너원 옹성우의 힘이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봄날’(2017) 뮤직비디오엔 ‘Omelas’라는 간판이 나온다. 판타지 작가 어슐러 K. 르 귄의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불온한 그 도시 오멜라스다. 소설이 담긴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시공사)은 2014년 나온 개정판이 2쇄에서 멈춰 있다가 지난해 6쇄(1만 5,000부)를 찍었다. 비주류 장르인 SF 소설로선 대박이었다. 갓세븐의 진영이 읽은 안미옥 시인의 시집 ‘온’(창비), 방탄소년단이 앨범 ‘WINGS’의 컨셉트로 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엑소 카이가 시상식에서 인용한 ‘여행자의 독서’(북노마드), 설리가 공항에 들고 나온 박상수 시인의 시집 ‘숙녀의 기분’(문학동네) 등도 아이돌 셀러다. 교과서와 참고서에 갇힌 문학, 만년 위기라는 문학을 아이돌이 세상으로 불러낸 것이다.

방탄소년단. 문학과 음악의 컬래버를 꾸준히 시도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 문학과 음악의 컬래버를 꾸준히 시도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출판사 ‘협찬’일까. 꼭 그런 건 아니다. “아이돌 협찬 가격은 어마어마하다. 그런 여력 있는 출판사가 요즘 있나. 아이돌이든 드라마든, 제품간접광고(PPL)로 책을 홍보하는 건 안전하지 않다. 성공 확률이 높지 않아서다. 누가, 무슨 책을, 어떤 상황에서 들고 나오는가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 출판사 관계자의 얘기다. 대형 출판사인 민음사, 문학동네, 창비 모두 4일 “책 PPL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려운 사회과학책은 아이돌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다고 한다. 동방신기 최강창민은 독서광이다. 지난해 찍힌 사진 속 그의 손엔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이후)가 들려 있었다. 책장 사이사이 붙인 색색의 포스트잇도 화제가 됐다. 이후 관계자는 “책 제목이 오르내렸다는 이야기기는 전해 들었지만 판매량이 그다지 늘지는 않았다”고 했다.

출판사들은 그래서 소속사에 책을 보내 놓고 책과 코드가 맞는 아이돌이 읽어 주기를, 읽는 모습을 사진 찍어 공개해 주기를 기다린다. ‘소심한’ 출판사 대신 아이돌 책 광고를 해 주는 인터넷 방송도 등장했다. ‘모모문고’다. 모모문고가 차려 놓은 서점에 아이돌이 방문해 책을 고르며 책 이야기를 한다. 공들여 찍은 모든 장면이 책 광고다. B.A.P 영재, 인피니트 장동우, 오마이걸 유아, 윤하 등이 출연했다. 윤하가 고른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만화 ‘오늘의 인생’(이봄)은 윤하 효과를 꽤 봤다고 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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