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폐비닐 정상 수거 전환
환경부, 제대로 조율 안 된 채 발표
수거업체들 “아파트에 돈 내고
선별장에도 돈 내고 재활용 넘겨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다…”
중국서 수입 불허하는 한 사태 재발 우려
“재활용품 시장 종합대책 세워야”
환경부가 재활용품 업체들과 협의해 폐비닐 등을 정상 수거하기로 하면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라는 급한 불은 일단 끌 수 있게 됐다. 폐비닐 등을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라고 안내한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도 즉시 안내문을 제거하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에서 비롯된 재활용품 업체의 수익 악화라는 근본 원인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또 환경부가 업체들과 제대로 조율이 안된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를 한 것이어서 언제든 같은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환경부는 폐비닐ㆍ폐스티로폼 등 수거 거부를 통보한 재활용품 업체들과 협의한 결과, 3개 시·도의 48개 업체 모두가 폐비닐 등을 정상 수거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수도권 대부분의 재활용품 업체들은 전날부터 폐비닐과 폐스티로폼 등을 수거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들과 계약을 맺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민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가 재활용품 가격 하락을 고려해 업체 지원대책을 설명하고 아파트와 수거업체 간 재계약을 독려하면서 정상 수거가 결정됐다. 환경부는 이날부터 재활용품 업체들이 거래처인 아파트에 정상 수거 계획을 통보하면 수거 작업이 조만간 정상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폐비닐 등 분리배출 대상 품목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도록 잘못 안내한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이를 철회하도록 조치하고 현장점검에도 나서기로 했다. 특히 환경부와 지자체는 일선 아파트 현장에서 불법적인 분리수거 거부가 이뤄지고 있는지 긴급 점검하고, 분리수거 거부 행위가 발생하면 즉시 시정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조만간 관련 업계 지원과 재활용품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재활용업체가 수거했지만 오염 등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잔재물을 처리비용이 비싼 사업장폐기물 대신 생활폐기물로 소각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재활용 선별업체나 고형업체에는 지원금을 조기 지급할 계획이다. 또 폐지ㆍ폐플라스틱 등 수입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품목에 대해 국산 물량 사용을 촉진하고, 5월초에는 폐플라스틱ㆍ폐지 등 품목별 재활용 활성화 및 가격 안정화 방안 등 근본적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누적돼 온 재활용품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중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더해져 폭발한 이번 사태를 완전히 진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 서부권과 경기 고양 일대에서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측에도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할 때 돈을 내는데, 최종처리업체인 선별장에 넘길 때도 돈을 받기는커녕 돈을 내야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아직까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폐지도 압축장에서 물량을 조절하고 있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새로운 판로를 뚫어주든 중국측과 협상을 하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힘들다”고 전했다. 향후 대책에 지원금을 찔금 쥐어주는 대책이 나온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중국이 수입을 허가하지 않는 한 이번 여파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현황과 원인을 파악해 종합적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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