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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의 건강사회] 사랑하고 싶은 나라

입력
2018.04.01 11:4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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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리현상 심각한 한국, 국민화합만이 답

미세먼지 위험은 정부 공감능력 부재 탓

지도자부터 '청정위천하정' 솔선수범해야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없이 울렸던 경보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흔들리며 위태롭게 나아가고 있다.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지 오래고, 대외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꿈조차 잃어버린 청년이 늘어가고,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확대로 양극화는 심해져만 간다. 해묵은 지역갈등은 물론 계층, 이념, 세대 갈등까지 커지고 있다.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압축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우리네 삶이 희로애락의 연속이듯 국가적으로도 어려운 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위기를 잘 헤쳐 나가느냐이다.

우리나라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국민화합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 모두가 뜻을 모을 수 있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역대 정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국민화합 혹은 국민대통합”을 외쳤다. 하지만 그저 말의 성찬에 그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국민화합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국민들이 절로 사랑하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 마음속에 일상적으로 은은하게 애국심이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태극기를 휘감거나 애국가를 4절까지 외우는 식의 보여주기 애국심이 아니라,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 나라, 이 땅을 진정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이다. 조용하지만 자발적으로 형성된 애국심이야말로 국민화합의 원천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국민들이 절로 애국심이 생기게 나라를 운영했던가? 아니다. 그랬다면 ‘헬조선’이니 ‘흙수저’ 같은 말이 나올 리 없다. 대표적인 예가 미세먼지 대책이다. 미세먼지로 국민들의 불편이 갈수록 심해지고, 그 피해는 대부분 노약자와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 지경이 되도록 미세먼지에 무심했던 공직자들이 원망스럽다. 나라 안위와 국민 생명을 책임진 정부 당국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도, 시민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도 없다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국민들이 절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면 세금을 내는 것도, 병역의무를 다하는 것도 기쁜 마음으로 할 것이다. 누구나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대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나라가 된다.

아울러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칸트(Immanuel Kant)의 정언명령(定言命令)이 말하듯 “인간은 그 자체로 궁극적인 목적”이다. 성장 역시 사람을 위한 것인데 경쟁과 효율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사람이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개인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개인적 탐욕을 무작정 방치하면 공동체 전체의 위기가 찾아온다. 개인과 공동체의 이익은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물질이 아니라 인간을 중시하고, 개인만이 아니라 타인과 공동체를 함께 생각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는 통제 불능으로 빠지고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누가 이 작업에 앞장서야 할까?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청정위천하정(淸靜爲天下正)'이라는 노자(老子)의 말처럼 위정자들이 먼저 맑고 고요해지면 세상은 자연히 바르게 될 것이다. 지도층부터 물질주의를 벗어나 이타주의를 실천하고, 국민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야말로 사랑하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첩경이다.

모든 병은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까지 고통을 당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병을 진작 바로잡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고, 특히 정치인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늦은 것은 후회스럽지만, 이제라도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한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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