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해야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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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해야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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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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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간지 스켑틱 보도

행복감과 사회적 성공 연관 없어

“사건 좋은면 부각할 때 행복

무의식적 맥락 재구성 능력”

“행복 추구 강박증 조심해야”

모두가 바라는 삶과 일의 행복한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행복은 불행 속에서 만들어낸 거짓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행복이 지상과제인 시대다. 이 과제를 두고 내려놓으라, 버려라, 거리를 두라, 상처 받지 말라, 그까짓 미움 정도는 받아버리라고, 그래야 자신만의 승리를, 성취를,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는 얘기들이 들끓는다. TV엔 이런저런 행복전도사들이 행복해야 일이 잘 풀리고, 일이 잘 풀리니 행복하다는 ‘행복주의(Happyism)’를 설파한다.

정말 그럴까. 최근 발간된 과학계간지 스켑틱 13호는 미국 과학 저널리스트 스티브 샐러노의 ‘행복을 권하는 사회의 역설’이란 글을 실었다. 일이 술술 잘 풀리면 행복하다는 믿음은 별다른 근거가 없으며,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은 어쩌면 자신을 속이는 일일지 모른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샐러노에 따르면 행복주의가 득세했다는 상징 가운데 하나는 1999년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이 미국심리학회장으로 뽑혔다는 점이다. 셀리그먼은 ‘긍정심리학’으로 우리에게도 유명하고, 긍정심리학은 요즘 이런저런 자기계발ㆍ처세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인 ‘자존감’을 뒷받침하는 이론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단단한 자존감으로 스스로 행복하면 일이 술술 잘 풀린다는 건, 근거가 희박하다. 2005년 행복연구의 권위자로 ‘행복 박사’라 불렸던 심리학자 에드 디너는 행복하다는 것과 수명, 사회적 관계, 성공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싱글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한 회사는 시장점유율에서 공격적이고 괴팍한 직원들이 득실거리는 경쟁사에 밀리곤 한다”는 얘기다. 이후 나온 여러 연구 결과를 뒤져봐도 쾌활하고 유쾌한 사람이 있다 해서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그리도 일과 행복의 선순환 구조에 대한 믿음은 굳건할까. 샐러노는 행복주의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의 냉혹한 인원감축 과정에서 대두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봉급 대신, 성과급 대신 행복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유쾌한 노동자들에게는 반드시 불타는 의욕이 필요”하고 “기업의 목표 가운데 비현실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매출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는 강박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행복 강박증은 행복을 이끌어내기는커녕 행복 쫓아다니느라 불행하게 만든다.

그러면 우리가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샐러노는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사건의 재구성 능력을 발휘해 우리 자신에게 사건의 좋은 면을 부각시키고 나쁜 면을 감추는 이야기를 꾸미는 것”이라 말한다. 행복은 자신이 재구성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의 맥락 속에 존재한다. 맥락을 만들어내는 건 자신이다.

가정이, 회사가 힘들다고, 불행하다고 토로한다 해서 행복으로 가는 길이 딱 나오는 게 아니다. 다 함께 오손도손 살면서 결과도 좋은, 행복을 향해 질주하는 꿈 같은 가정, 회사는 없다. 행복은 불행 속에서 만들어낸 스토리에 달려 있다. “당신에게 찾아올 행복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샐러노의 결론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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