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주변 수사로 촉발된 한국당과 경찰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당이 경찰을 겨냥해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 “정권의 ‘똥개’”라는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자 경찰은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6일 경찰의 울산시장 비서실 압수수색으로 시작됐다. 김 시장의 비서실장 등 일부 공무원이 아파트 공사와 관련해 특정업체를 지원한 혐의를 포착한 울산지방경찰청이 수사에 나선 게 발단이다. 경찰은 또 다른 건설 현장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와 관련해 김 시장의 친동생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 받았다. 공교롭게도 당일은 한국당이 김 시장을 6ㆍ13 지방선거 후보자로 확정해 발표한 날이었다.
그러자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며 ‘미친개’ 발언을 했고, 홍준표 대표도 “수많은 경찰이 떼거지로 달려든다”고 비난했다. 정호성 한국당 수석부대변인은 “정권의 ‘똥개’나 ‘사냥개’, ‘몽둥이’소리를 듣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도 했다. 사건 경위를 차치하고라도 제1야당의 주요 당직자들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천박하다. 상식과 품격을 잃은 발언은 주장의 정당성마저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행태는 득보다 손실이 크다.
더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수사권 조정을 놓고 흥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이다. 홍 대표는 “최근 울산경찰청장의 행태를 보니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론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권 조정은 국가 공권력의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지 자신들 마음에 따라 시혜 베풀듯 할 성격이 아니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한국당의 ‘정치공작’ 주장에 대해 “압수수색 날이 공천 확정 날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고 했고, 수사 전 여당 출마자를 만난 데 대해서는 “당시는 출마 대상자로 거론되기도 전으로 야당 지역구 의원과 울산시장도 만났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중립에 신중해야 할 경찰이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나친 집단행동도 자제해 마땅하다.
한국당 의원들의 추태와 망언은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경찰 조직 전체를 매도한 것은 도를 한참 넘었다. 그런 막말은 국민의 지지는커녕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보수정당의 존재 근거를 깎아먹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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