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대구은행장이 23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상품권 깡'을 통한 3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으로 지난해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7개월여 만이다. 임직원자녀 부정채용 등으로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는데 대한 부담으로 결국 사퇴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은 이날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제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여러 사안들로 지역사회와 주주,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막충한 책임을 느끼고,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배구조 개선 및 새로운 도약과 은행의 안정을 위해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룹(DGB금융지주)회장직은 새로운 은행장이 선출되면 단계적으로 상반기 중에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대구은행 내외부의 사퇴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박 행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검찰이 채용비리 수사를 확대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금융감독의원 수사의뢰에 따라 대구은행 채용비리 수사에 나선 대구지검 특수부(박승대 부장검사)는 2016년 7급 채용 때 임직원 자녀 3명의 면접점수를 뻥튀기는 방법으로 합격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본점 인사부 등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통해 2015년, 2017년에도 유사한 비리가 있는 점을 확인했다.
박 행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함께 입건된 간부 16명과 법인카드로 32억7,000만원 상당 상품권을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 5%를 제하고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 30억여원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 당국은 이 가운데 1억여원을 박 행장이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과 별도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박 행장 연루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박 행장은 2014년 3월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했다.
박 행장이 은행장 직 사퇴를 발표함에 따라 DGB금융지주는 당분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되는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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