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크(마크 저커버그)는 어디에 있는가?”
미국의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이 데이터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의 개인 정보 유출 논란에 휘말리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자, 언론들은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저커버그의 행방을 묻기 시작했다. 정치적 논란은 최대한 피하되, 정보의 공유와 소통의 가치를 설파하며 산업 외적 영향력을 높였던 실리콘밸리의 ‘기린아’ 저커버그의 리더십에 의문 부호가 찍힌 것이다.
지난 17일 사건이 처음 보도된 이후 페이스북의 대응은 ‘재앙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커버그는 물론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마저 전면에 나서는 대신 외부 질의에 대변인 성명으로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전문 CNBC방송은 “페이스북은 실수를 사과하는 대신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논란을 평가 절하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완전한 리더십 실패”라고 논평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단순히 수익을 좇는 기업이 아니라 ‘세계를 투명하게 연결한다’는 가치를 설파하고 페이스북 내에 ‘세계의 작은 모형’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고 포장했다. 그러나 CA 사건을 계기로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회원들이 제공한 막대한 개인 정보와 게시 글에 의존해 수익을 올리면서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개된 세계’를 표방하면서 정작 본인은 의혹에 응답하지 않고 각국 의회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미언 콜린스 영국 보수당 의원은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 뒤에 그만 숨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 미국 잡지 애틀랜틱은 “페이스북을 향한 비판은 선거 기간 내내 온갖 악성 루머로 얼룩진 2016년 대선 때부터 제기돼 왔지만 저커버그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016년 러시아의 소위 ‘트롤 부대’가 조직적으로 ‘가짜 뉴스’를 확산하면서 페이스북을 이용했다는 의혹 제기에 “말도 안 되는 주장(pretty crazy idea)”이라고 말했다가 수 개월 후 입장을 바꿨다. 이후 “사람들을 단순히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커뮤니티 서비스 ‘그룹’을 통해 공동체 형성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저커버그는 미국 대선 출마가 가능한 연령인 35세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늘 유력 후보 주자로 거론돼 왔다. 본인은 이를 부인했지만 2017년부터는 정치적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해 초반에는 ‘민심 투어’를 진행했고 5월에는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자신과 같은 밀레니얼 세대가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증오와 극단주의의 확산을 해결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신뢰의 위기를 맞으면서 실리콘밸리 성공 사례로 각광을 받았던 ‘저커버그 리더십’에도 자연히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본인 이름을 딴 홍보전문기업을 운영하는 CEO 리처드 레빅은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저커버그를 향한 질문은 ‘우리는 당신과 당신의 기업, 나아가 실리콘밸리 전체를 신뢰할 수 있느냐’란 질문”이라며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라면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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