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우리은행 주역들
부상에 전성기 끝나가던 김정은
“이 악물고 버텨서 새 사람 됐다”
구단들 외면 받던 용병 어천와
“훈련 이틀만에 울었지만 달라져”
‘위성우 매직’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여자프로농구 최고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위성우(47) 아산 우리은행 감독의 손을 거치면 누구나 새 사람이 된다. 전성기를 지나 부상에 발목 잡혀 내리막을 탔던 과거 스타와 구단들의 외면을 받았던 외국인 선수도 위 감독을 만나 화려하게 부활했다.
위 감독은 ‘땀’을 중요시한다. 시즌 전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들에게 지옥을 경험시킨다. 패턴 훈련을 할 때는 선수들이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했다. 숙소 식당 조리사가 밥을 차려놓고 기다리다가 지쳐 불평을 쏟아냈다는 일화도 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쳤기 때문에 ‘만년 꼴찌’였던 우리은행은 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2~12시즌부터 1위 자리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2006년 신세계(현 KEB하나은행)에서 줄곧 한 팀의 유니폼만 입었다가 2017~18시즌 전 자유계약선수(FA)로 우리은행에 새 둥지를 튼 김정은(31)은 위 감독을 만나 “새 사람이 됐다”고 했다. 뛰어난 기량에 비해 최근 3년간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던 그는 프로 첫 우승과 재기를 노리며 이를 악물고 위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꾹 참고 버텼다. 각오를 단단히 하긴 했지만 처음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다. 너무 힘든 나머지 맏언니 임영희(38)에게 고충을 털어놓는 일이 잦았다.
마음고생을 적잖이 했던 그에게 고생 끝에 낙이 왔다. 팀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었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그 동안 ‘아직 부활을 논하기는 이르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던 위 감독도 KB스타즈와 챔프 2차전 승리 직후 “이제 완벽하게 부활했다고 할 수 있겠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김정은은 “지난 3년 동안 부상 때문에 자존심이 많이 상해 독기를 품은 데다 훈련의 도움을 받은 것이 경기력으로 발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김정은과 함께 KEB하나은행에서 몸담았던 나탈리 어천와(26)도 농구에 새로 눈을 떴다. 시즌을 앞두고 선발한 외국인 선수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합류한 어천와도 훈련에서 새로운 한계와 맞닥뜨렸다. 김정은은 “어천와가 처음에 왔을 때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이틀 만에 울었다”고 털어놨다.
어천와는 우리은행의 골 밑을 든든하게 지켰고, 챔프전에서는 득점이 필요한 순간에 중거리 슛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정확한 중거리포는 지난 시즌 이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경기를 뛰며 슛 연습을 집중했던 효과도 있었지만 위 감독을 비롯한 전주원 코치, 박성배 코치의 지도가 뒷받침됐다. 어천와는 “몸을 만드는 것부터 전 소속팀과 달랐다”며 “체력이 확실히 나아져 호흡하는 것 등도 달라졌다. 덕분에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지금의 성과는 치열한 연습이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감독은 현역 시절 식스맨(후보 선수)으로 뛰며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2005년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코치로 임달식 감독을 보좌하며 당시 통합 6연패에 힘을 보탰고, 사령탑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늘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며 전주원 코치와 박성배 코치에게 공을 돌리며 고마움을 표현한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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