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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조율 없는 ‘톱다운’ 방식의 북미 협상, 위험성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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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조율 없는 ‘톱다운’ 방식의 북미 협상, 위험성 다분하다”

입력
2018.03.21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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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땐 외교적 해결 물 건너가고

군사 옵션까지 등장할 수 있어

냉전종식 美ㆍ蘇 정상회담과 유사

회담 진전 말하기는 시기상조

北 대화 공세에 노림수 있을 것

트럼프ㆍ김정은이 펼치는 낚시 게임

한국 정부 잘못하면 샌드위치 신세

대화 성사 ‘촉진자’ 역할 만족해야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한반도 담당 선임연구원이 19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관련 실무 레벨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결정된 북미정상회담은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한반도 담당 선임연구원이 19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관련 실무 레벨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결정된 북미정상회담은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가장 높은 레벨에서 이뤄진 대화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 다음은요?”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 담당 선임연구원은 19일 “5월 북미 정상회담의 위험성이 다분하다”며 이렇게 반문했다.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이뤄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다. “실무 단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양국 정상이 덜컥 만났다가 서로 이견을 확인하고 돌아서게 되면 이후에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더 이상 마땅찮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CFR은 미국 최고 싱크탱크로 꼽히는 록펠러 재단 산하 기관으로 미 대외 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한국 대외 정책의 내부적 제약’이 주제인 아산정책연구원과의 합동 보고서 발표회 참석 차 방한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양날의 검’이라고 경고하는 전문가는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뿐 아니다. 북한과 1.5트랙(반관반민) 대화를 주도해 온 수전 디매지오 미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도 19일(현지시간) 미 현지에서 열린 한 설명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사전 조율 없이 ‘톱다운(Top-down)’으로 결정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회담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하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해치는 건 물론 불가피한 군사 옵션까지 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회담은 전통적인 방식과 다르다”는 게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의 평가다. “실무 수준에서 대략적인 부분을 협의하고 정상이 만나 협상을 마무리 짓는 대신 양국이 입장을 좁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끼리 ‘모종의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다. 그는 “협상 시작 방식만 놓고 보면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서기장 간에 열린 회담과 유사하다”고 했다. 냉전 시기 양국 정상은 스위스 제네바(1985년)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1986년)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는데, 두 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결과적으로 냉전 종식에까지 이르렀다.

다만 그는 “(회담에서) 진전이 있을지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섣부른 전망을 경계했다. 대신 다소 성급하게 결정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실패로 흐르지 않게 하려면 “북한이 말한 비핵화 의지가 과연 무엇을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만큼은 사전 조율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대화 공세에 노림수가 있을 가능성도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비핵화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북한이 미국 태도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비핵화를 선언한 게 의아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언급한 비핵화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와 일치한다면 북한이 공식 채택한 핵ㆍ경제 병진 노선과 모순된다”는 점도 그가 제시하는 근거다. 김 위원장이 ‘직접’ 북미 정상회담 제안과 비핵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그가 강조하는 것도 이런 모호함 때문이다.

“두 정상이 ‘낚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게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의 비유다. 그는 “상대가 미끼를 물기를 바라면서 둘 다 낚싯대를 던졌지만, 정작 중요한 건 상대를 얼마나 낚싯바늘에 붙잡아 두느냐, 또 끌어올리느냐”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실행에 옮기는 데 조치가 구속력을 갖게 만드는 게, 북한으로서는 대북 제재를 이완하면서 정권 정당성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내는 게 각자 이익 관철의 관건”이라고 했다. 결국 ‘뒷심’이 승패를 가른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 진단을 내놨다. 주제넘게 중매하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협상을 조율하기보다 양측이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드는 데까지만 관여하는 ‘촉진자(facilitator)’ 역할에 만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가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하는 등 동아시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지향해야 할 장기적 외교 전략에 대한 조언도 했다. “‘경쟁 구도 강화’라는 전세계적 흐름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협력 외교’에 올인 하면서도 성과를 거두려면, 중립국으로서 전략적 이해가 걸린 전반적 사안에 모두 발을 담그고 이를 주변국 설득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 담당 선임연구위원으로 2000년부터 11년간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에서 선임연구원을 맡았고 미 평화연구소에서 아시아 분과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저서로는 ‘기로에 선 한국’, ‘중국의 부상과 두 개의 한국’ 등이 있다. 미 라이스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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