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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제 2년 앞… 정부 뒷짐에 여의도 48배 ‘도시 공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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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제 2년 앞… 정부 뒷짐에 여의도 48배 ‘도시 공원’ 사라진다

입력
2018.03.19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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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년 7월부터 공원 일몰제

20년전 도시계획시설 지정 뒤

집행 안 된 곳 한꺼번에 풀려

#2. 손 놓은 정부와 지자체

사들여야 하는 사유지가 절반

매입 예산 턱없이 부족 방치

#3. 민간사업자 동원했지만…

사업자 선정비리ㆍ난개발 우려

지역 주민들과 곳곳서 갈등

2020년 7월 1일 여의도 48배에 해당하는 면적의 공원이 사라질지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7월 1일 여의도 48배에 해당하는 면적의 공원이 사라질지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입금지, 이곳은 사유지입니다.”

부산 동래구 우장춘로 금강공원, 대구 수성구 황금동 범어공원 등에는 사유지를 표시하는 안내판과 함께 울타리가 쳐있다. 토지 소유주들이 사유재산권을 행사하겠다며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법적인 효력이 없다. 이곳들은 도시계획시설(공원, 도로, 학교 등 공공에 필요한 시설을 도시관리계획으로 정해 놓은 곳)로 땅 주인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출입을 제한할 수 없다.

그런데 앞으로 2년여 뒤부터는 이런 사유재산권 행사가 정당해진다. 땅 주인들은 일반인의 출입을 정당하게 막을 수 있고, 공원 지정에서 해제된 땅을 개발할 수도 있게 된다.

2020년 7월1일 여의도 48배에 해당하는 면적의 공원이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했다.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됐다가 20년 이상 지방자치단체가 집행(매입)하지 않은 곳에 대한 지정이 한꺼번에 풀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원일몰제 시행이 2년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가뜩이나 1인당 공원 면적이 9.2㎡에 불과해 미국 뉴욕(18.6㎡), 영국 런던(26.9㎡)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인데, 이마저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그 동안 상황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해온 것이다.

무더기 해제 위기에 직면한 전국 공원

18일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 7월 공원일몰제가 적용되는 공원은 406.5㎢, 이는 여의도 면적(8.4㎢)의 48배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는 서울의 청계산, 관악산 등 잘 알려진 등산로뿐 아니라 부산 해운대ㆍ이기대공원, 대전 월평공원 등 이용객이 많은 공원들도 포함되어 있다.

공원일몰제 시행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성남의 한 학교 부지 소유주들은 도시계획시설(학교시설 부지)로 지정됐는데 학교도 들어오지 않고 개발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도시계획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2000년 이전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10년 이상 사업을 시행(매입)하지 않은 시설들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보고, 20년이 지나도 매입 하지 않는 시설들은 결정 효력이 상실된다는 내용으로 도시계획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지자체는 십수년간 차일피일 미뤄왔고, 효력이 처음 상실되는 시점이 2년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런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는 왜 방치해 온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돈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 일몰제에 적용되는 공원 부지(406.5㎢) 중 등산로, 공원 등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어 지자체가 사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사유지 부지는 절반에 가까운 186㎢, 이를 매입하기 위해선 약 24조원이 필요하다. 서울만 놓고봐도 일몰제가 적용되는 사유지는 40.3㎢, 71개소로 매입에 11조7,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올해 서울시에 배정된 예산은 1,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재정 형편이 낫다는 서울시가 2002년부터 작년까지 1조8,500여억원을 들여 보상한 사유지 공원 면적은 4.91㎢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 남아있는 사유지 공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우선 지출 대상에서 늘 밀리다 보니, 찔끔찔끔 생색만 내온 것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정부에 공원일몰제에 대한 대비를 촉구하고 민간공원특례제도의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정부에 공원일몰제에 대한 대비를 촉구하고 민간공원특례제도의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6ㆍ13 지방선거 앞두고 커지는 갈등

정부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돈이 없으니 해결해 달라는 지자체들의 아우성에 10년 전인 2009년 국토부는 민간사업자가 공원 부지 30%를 개발하고 나머지는 기부채납하는 ‘민간공원 특례제도’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엄격한 개발 기준과 과도한 기부채납비율 탓에 민간사업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유명무실한 상태로 방치되다 뒤늦게 기준이 완화되면서 2016년 4월에야 의정부 착동공원에서 첫 삽을 떴다.

현재 민간특례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전국 67개소. 이중 착공에 들어간 곳은 의정부 2곳, 충북 청주 1곳 등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조차도 난개발에 대한 우려와 민간 사업장 선정에서 비리 의혹 등까지 맞물리면서,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곳곳에서 갈등이 일고 있는 모습이다.

청주의 경우 민간공원 특례개발 사업을 추진중인 공원은 현재 7곳. 이중 3개 공원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데 지난 1월 1,000여세대 아파트 공사에 들어간 수곡동 잠두봉 공원의 경우 주민들은 아파트 값 하락과 환경악화, 교통대란, 일조권과 조망권 피해 등을 이유로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동명 잠두봉 매봉공원 개발지키기 주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며 “충북 지역 미분양이 5,000세대를 넘는데 잠두봉공원에 1,000여세대, 1㎞ 떨어진 매봉공원에 2,000여세대가 들어서면 주변 아파트 가격은 더 떨어질 거다”고 주장했다.

구미의 경우 민간특례개발사업으로 추진되던 중앙공원, 꽃동산공원, 동락공원이 모두 올스톱된 상태다. 조근래 구미 경실련 사무국장은 “중앙공원은 아파트 과잉우려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크고 꽃동산 공원은 탈락업체가 선정무효 소송을 내 검찰이 조사에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곳곳에서 갈등만 커지고 해법은 찾지 못한 채 무더기 공원 해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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