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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세상 이끌어 준 나의 어머니가 영웅”

입력
2018.03.16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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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로스컨트리 옥사나 마스터스

체르노빌 후유증에 선천적 장애

입양된 후 크로스컨트리 금메달 꿈 이뤄

미국의 옥사나 마스터스가 14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스키 1.1km 스프린트에서 1위로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평창=AP 연합뉴스
미국의 옥사나 마스터스가 14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스키 1.1km 스프린트에서 1위로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평창=AP 연합뉴스

미국의 장애인 노르딕스키 대표 옥사나 마스터스(29)는 10대 시절 거울이 싫었다. 방사능 유출사고가 터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선천적 장애를 가졌다. 양쪽 다리의 정강이뼈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발가락은 6개씩이었다. 콩팥도 한 개뿐이었다.

부모에게 버림 받은 마스터스는 1997년 미국인 대학 교수 게이 마스터스에게 입양됐다.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9세 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왼 다리의 무릎 아래 부분을 수술로 절단하고, 14세 때는 오른 무릎 아래 부분도 절단해야 했다. 마스터스는 14일 미국 피플닷컴과 인터뷰에서 “다리를 절단할 때 ‘내 삶은 완전히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내 모습을 거울로 보기 싫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반다비에 빠진 마스터스. 마스터스 인스타그램 캡처
반다비에 빠진 마스터스. 마스터스 인스타그램 캡처

마스터스의 어머니는 딸에게 하지장애인이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조정 종목을 권했다. 물 위에서 노를 젓고 빠르게 나아가는 쾌감을 느낀 마스터스는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며 “어머니가 없었다면 어떤 성취도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 삶을 구해준 영웅”이라고 고마워했다.

마스터스의 어린 시절 그리고 그를 입양한 어머니. 마스터스 인스타그램 캡처
마스터스의 어린 시절 그리고 그를 입양한 어머니. 마스터스 인스타그램 캡처

마스터스는 2012년 런던 하계패럴림픽 조정 국가대표로 믹스더블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그 해 미국 ESPN의 누드 화보집 ‘바디 이슈’에 등장, 자신의 아름다운 맨몸을 과감히 드러내기도 했다. 마스터스는 “사람들이 다리가 없는 내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길 원했다”면서 “이 사진을 보고 한 소녀가 (장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면 행복하게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는 하룻밤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어디선가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스터스는 조정처럼 팔 힘이 중요한 동계 종목 크로스컨트리에도 도전해 2014 소치 동계패럴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소치 대회 이후 1,461일간의 훈련, 희생을 통해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메달을 잇달아 수확했다.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에서 은메달, 동메달 한 개씩을 따냈던 그는 14일 크로스컨트리 1.1㎞ 스프린트에서 마침내 첫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마스터스의 경기 모습. 평창=EPA 연합뉴스
마스터스의 경기 모습. 평창=EPA 연합뉴스

마스터스는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난 메달을 좇는 것이 아니라 조국을 대표하고 싶었던 꿈을 좇고 있다. 그리고 체구가 작아 운동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소리를 듣는 이들, 부상으로 복귀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이들,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난 불가능 속에 살지만 다가오는 것들을 포용하는 삶을 살 것”이라고 울림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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