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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달래려 키우는 반려동물… 노인 취약층엔 관리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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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달래려 키우는 반려동물… 노인 취약층엔 관리 사각지대

입력
2018.02.26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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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 부족ㆍ양육법 몰라 방치

이웃간 분쟁ㆍ동물복지 등 문제로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일대 백사마을에서 한 노부부가 기르는 개들이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일대 백사마을에서 한 노부부가 기르는 개들이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일대 백사마을 김모(78) 손모(75)씨 부부는 혼종견 초롱, 몽실, 대순을 기르고 있다. 딸이 유기견, 파양견들을 구조해 부부에게 맡긴 세 마리다. 하지만 경제적ㆍ신체적으로 개들을 기르는 게 쉽지 않다. 손씨는 “기력이 딸려 개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산책은커녕 목욕도 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몽실이가 지난 해 산에 오르는 시민의 뒤꿈치를 무는 사고를 냈고, 초롱이는 동네 개들과 싸우기도 해 풀어놓는 대신 마당에 묶어서 키우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김씨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당분간 집을 비우게 돼 딸이 하루에 한번씩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있다. 하지만 세 마리 모두 중성화 수술도 되어 있지 않아 번식의 가능성도 높고 열악한 환경에서 계속 기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외로움을 달래줄 동반자로 반려동물을 택하는 노인가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독거노인이나 저소득 노부부 등 취약계층의 경우 반려동울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신체적 능력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설 연휴 직후 광주에서는 아파트에 혼자 살던 6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숨진 채 발견됐는데 신체 일부가 기르던 개에 의해 훼손돼 있었고, 역시 광주에서 혼자 살던 60대 여성이 죽은 상태로 방치된 반려견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이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기르는 반려동물은 이웃간 분쟁뿐 아니라 동물 복지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어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노원구 마들사회복지관은 지난해 8월부터 중계동의 한 영구 임대 아파트단지 882세대 중 402세대의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70대 이상이 65%에 달하고, 49.8%가 1인 가구 형태인 단지에서 의외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노인들이 많았던 것이다. 기초생활비 40만원 가운데 30만원을 반려견에 쏟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도 있었고, 좁은 집에 손주들이 맡기고 간 중형견 네 마리 때문에 방 밖으로 나가기 조차 어려운 노인도 있었다. 김은영 마들사회복지회관 팀장은 “노원복지교육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3월부터 한국성서대와 노인가구의 반려동물 현황을 조사하고 문제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일대 백사마을 노부부가 키우는 개가 줄에 묶여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일대 백사마을 노부부가 키우는 개가 줄에 묶여 있다.

임정기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팀이 협동조합형 동물병원인 우리동생과 마포구 저소득층 23가구의 반려동물 양육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연구에 참여한 반미희 연구원은 “반려동물 양육이 취약계층의 우울증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긍정적이다”면서 “반면 양육에 대한 준비 정도가 낮은 상황이라 중성화수술, 예방적 건강관리 등의 교육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시,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백사마을 일대 반려동물 현황 현황을 조사했던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3월부터 백사마을과 중계동 임대단지에서 주민들과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양육 정보도 공유하고, 반려견 산책과 목욕 등을 시킬 예정”이라며 “지역사회 내 취약계층과 반려동물 돌봄체계 마련을 위해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ㆍ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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