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지원 사업도 재검토... 목화 페루 공연은 오태석 미동행 조건 지원

이윤택 연극연출가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연극계 미투 운동으로 밝혀진 자신의 성폭행과 성추행등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피해자들의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폭로를 통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오태석(78) 연극연출가 겸 극단 목화레퍼터리컴퍼니(목화) 대표와 이윤택(66) 연극연출가에 대한 정부 및 문화예술기관의 지원이 끊기고 있다. 국내 연극계를 이끌어 온 두 사람은 정부 지원 단골 예술인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는 지난해 ‘창작산실’에 선정된 목화 ‘모래시계’에 대한 지원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오태석 연출가의 신작인 ‘모래시계’는 다음달 15~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다. 창작산실 공연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무대에 올려지는 만큼 문예위 내부에서도 고민이 크다는 전언이다.

목화는 이미 1억원에 달하는 제작지원금을 받았다. 문예위는 예정된 공연 중단 여부와 별개로 이미 전달된 지원금 환수 가능성도 검토한다. 문예위 관계자는 “공연 전체는 극단의 집단 창작물이어서 법리를 검토해봐야 한다”며 “오태석 연출가의 작품뿐 아니라 앞으로 지원 사업 선정 절차에 성폭력 등 논란 항목을 반영하는 안건도 함께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출가 개인의 성추행 행위로 극단 단원들 전체가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는 목화의 페루 리마 공연예술축제 참가 지원에 대해서 전날 내부검토를 통해 오 연출가가 동행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다. 예경 측은 “일방적인 지원 취소 시, 페루 축제 측과 공연 계약 파기로 인해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고 축제 개막 공연 취소로 발생하게 될 국내 공연예술단체들의 해외 진출에 미칠 악영향까지 고려했다”고 밝혔다. 예경은 ‘센터스테이지 코리아’ 사업에 따라 목화에 항공비와 운송비 등을 지원한다. 오 연출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극단이 사후 영수증을 제출하면 실비를 정산하는 것으로 지원 방식이 변경됐다. 예경은 지원 예정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페루 왕복 항공권 가격과 20명 가량의 공연 인원을 고려할 때 지원 금액은 5,0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오 연출가가 교수로 오랫동안 일했던 서울예대 대학본부는 22일 “오태석 초빙교수에 대한 신분상 조치는 조속한 시간 내에 대학의 정관과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할 예정이며, 이번 학기 수업은 전부 배제시켰다”고 밝혔다.

이윤택 연출가가 창단하고 예술감독으로 이끌어 온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대한 정부 지원 내역을 재검토 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희단거리패가 중심이 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2016년 문예위의 지역대표공연예술제로 선정돼 지원금을 받았다. 이 연출가가 예술감독과 이사장을 맡았던 밀양연극촌과 도요창작스튜디오 역시 밀양시와 김해시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두 지자체는 이 연출가의 성폭력 행위가 드러난 후 무상 위탁 계약을 해지했다.

이 연출가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의 지원사업에 연이어 탈락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1호’로 꼽힌 인물이다. 이 연출가가 쓴 오페라 ‘꽃을 바치는 시간’은 2015년 ‘아르코 문화창작기금 희곡 분야’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100점을 받았지만 당시 정부 압력으로 지원 대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다시 문예위의 오페라창작활동발굴지원 심의를 통과해 2,000만원의 지원을 받아 오페라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 압력이 아닌 자신의 성추문으로 인해 또 다시 지원에서 배제됐다.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오구’에 출연한 하용부 인간문화재도 과거 성폭행 가해자였다는 폭로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돼 지원이 끊겼다. 문화재청은 해당 글이 게재된 후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지급하던 전수교육 지원금 지급을 보류하기로 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