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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흑인 슈퍼히어로 영화 흥행… 할리우드 편견을 깨다

입력
2018.02.18 16: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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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ㆍ마블 ‘블랙 팬서’ 히트

‘어벤저스’ 美 기록 경신 가능성

“오바마 당선과 맞먹는 일” 반응도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의 흑인 히어로물 블랙팬서. AP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의 흑인 히어로물 블랙팬서. AP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개봉한 흑인 슈퍼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가 미국 대중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흑인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국제적으로 흥행할 수 없다는 할리우드의 오랜 편견을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시대에 ‘백인 우월주의’ 등장으로 인종 문제가 더욱 첨예해진 미국 사회에서 ‘흑인 슈퍼히어로’의 등장 자체도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디즈니ㆍ마블 스튜디오의 올해 첫 ‘블록 버스터’인 ‘블랙 팬서’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저녁부터 미국 내 4,020개 스크린에 걸려 16일까지 7,580만 달러를 벌며 역대 8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프레지던트 데이’(19일)로 인한 사흘간의 주말 연휴 동안 2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마블 영화사의 기존 최고 히트작인 ‘어벤저스’의 첫 주말 흥행 기록(2억740만달러)의 경신도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개봉 4일만에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세계적 흥행을 기록할 태세다.

블랙 팬서는 거의 모든 주ㆍ조연 배역이 흑인이고 감독도 흑인이며 작품 배경도 아프리카로 흑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개봉 전부터 흥행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흑인 스타는 국제적으로 성공할 수 없고, 흑인 이야기는 백인 관객들이 외면한다는 이유로 할리우드가 흑인 영화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주저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을 깨고 예상외의 폭발적 흥행 가도를 달리자 ‘문화적 사건’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흑인 히어로 ‘블랙 팬서’가 미국 대중 문화의 상징인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을 능가하는 상업적 아이콘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흥행은 영화의 오락적 완성도에 대한 호평 외에도 흑인 히어로 등장에 환호하는 흑인 커뮤니티의 열광적 반응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영화 개봉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들의 75%가 이 영화를 보겠다고 응답했다. 마블의 다른 히어로 영화의 경우 평균 44%였다. 한 대학생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을 능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에 맞먹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샬로츠빌 폭력 사태 등으로 부각된 ‘백인 우월주의’ 부상이 역설적으로 ‘흑인 히어로’ 에 대한 열광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영화 흥행 뒤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동도 이 영화를 둘러싼 미묘한 인종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LA타임즈는 17일 소셜미디어에 ‘블랙팬서 영화를 보러 갔다가 흑인 청년들에게 맞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의 헌터 교수는 “우리는 매우 양극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며 “백인 슈퍼 히어로가 흑인 슈퍼 히어로로 재구성되는 데 대한 불만스러운 웅성거림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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