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시작하는 뮤지컬 명성황후서
배우 김소현, 3년 만에 같은 역할
남편 손준호가 고종 역으로 출연
“자신의 사진이나 초상화를 남기지 않았던 얼굴 없는 명성황후는 눈을 가리면서 표현이 됐어요. 움켜쥔 손에서는 제가 감정이입을 했던 부분들이 느껴졌고요. 이번 포스터에 쓰인 그림은 제가 강하게 지지했던 거예요.”
역사적 평가가 갈리는 인물이라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가진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2015년 출연한 뮤지컬 ‘명성황후’로 제5회 예그린어워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뮤지컬 배우 김소현(43)이 다시 명성황후로 돌아온다. 다음달 6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되는 공연을 앞두고 13일 서울 한남동 공연장 블루스퀘어에서 마주한 그는 “‘이래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구나’ 라는 말을 듣고 싶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제작 20주년 공연에 김소현이 명성황후로 캐스팅됐을 때 일각에서는 그가 과연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김소현도 “그동안 ‘공주’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에 카리스마를 표현하기 위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른 그는 우려를 바로 불식시켰다. 후반부 넘버 ‘백성이여 일어나라’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것은 물론 부드러운 모습도 보여 줬다. 새로운 명성황후의 면모를 표현하며 역할을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소현은 이번에는 명성황후를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금 돌이켜 보니 ‘나는 명성황후야’라며 카리스마를 표현하는 데 급급했던 것 같아요.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는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인물의 내면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명성황후가 내렸던 결단에 숨겨진 의도를 잘 헤아리고 싶다는 의미다. “‘내가 왕비로 태어나지 않고 그저 아이를 키우며 남편과 오손도손 정답게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대사가 있는데 마음에 와 닿았어요. 더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의 행동들에도 이유가 충분히 생기지 않을까 했죠.” 구한말 선교사들과 공사 부인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고갯짓, 손짓 등 작은 동작 하나에도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엔 고종 역을 맡은 손준호는 김소현의 남편이다. 뮤지컬 작품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이 부부 역할로 무대에 서게 됐다. 손준호는 이날 인터뷰 자리를 찾아 아내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집에서 준호씨가 중얼중얼하며 대사를 외우면 제가 받아치고, 어느 순간 서로 막 연습을 하고 있어요. 부딪히고 싸우는 단계를 넘어서 서로에게 과외선생님이 된 것 같아요.” 이제 7세가 된 아들 주안이는 옆에서 옛말로 된 대사를 외워 부부를 웃음짓게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소현 가족은 SBS 예능프로그램 ‘오마이베이비’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었다.
김소현은 MBC ‘위대한 탄생’, KBS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해졌다. 방송 출연은 잠재적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고마운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연을 올려봐야 알겠지만, 뮤지컬을 보지 않았던 시청자들도 친숙한 저희 부부를 보면 공연장으로 오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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