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 바이러스, 로타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겨울철 바이러스 3총사’가 기세 등등하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역인 평창ㆍ강릉을 중심으로 노로 바이러스 장염(식중독) 환자가 급격히 늘어 이번 달만 130여명이 발생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과 영ㆍ유아를 중심으로 노타 바이러스도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코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에 많은 사람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노로 바이러스 감염 크게 늘어
노로 바이러스는 ‘겨울철 식중독의 주범’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노로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식중독은 전체의 35% 정도다. 특히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은 절반이 겨울철(12~2월)에 나타난다. 노로 바이러스는 기온이 떨어지면 위축되는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기온이 낮아도 활개친다.
1968년 미국 오하이오주 노워크 지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환자들의 대변에서 처음 확인됐다. ‘노워크 바이러스’로 불리다가 2002년 노로 바이러스로 바뀌었다. 이 식중독을 미국에선 ‘겨울철 토하는 병(winter vomiting bug)’, ‘장(腸) 독감(intestinal flu)’ 등으로 부른다.
노로 바이러스는 27~40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로, 급성 장염을 일으킨다. 상온 60도에서 30분간 가열해도 감염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영하 20도에서도 죽지 않고 냉동ㆍ냉장 상태에서 감염력을 수년간 유지한다.
감염자의 분변이나 구토물에 의해 주로 감염된다. 감염자의 분변이나 마른 구토물 1g에는 1억 개의 노로 바이러스가 있다. 24~48시간 잠복기를 거친 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이 48~72시간 지속되다 빠르게 회복된다. 두통 발열 오한 근육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묽은 설사가 하루 4~8회 한다. 어린이에게는 구토가, 어른에겐 설사ㆍ복통이 주로 생긴다.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절로 낫는다. 치료제가 없어 물을 공급해 탈수를 막는 보존적 치료를 하면 된다. 스포츠ㆍ이온 음료로 부족해진 수분을 보충하면 된다. 다만 설탕이 많이 든 탄산음료나 과일주스는 피해야 한다. 탈수가 심하면 정맥주사로 수액을 공급하면 좋다.
최상호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 바이러스 장염으로 설사하면 굶는 사람이 많은데 죽ㆍ미음과 함께 따뜻한 보리차나 이온음료를 조금씩 자주 마시면 좋다”고 했다.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김민자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철저히 씻고,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비누보다 액체용 비누를 사용하면 좋다”며 “물로 손 씻기가 어려우면 알코올이 든 손소독제를 쓰면 된다”고 했다.
물은 반드시 끓여 마시고 자녀의 손을 많이 닿는 장난감이나 우유병은 자주 살균하면 예방에 도움된다. 생선 조개 굴 같은 어패류나 고기는 익혀 먹는 게 좋다. 노로 바이러스는 85도 이상에서 1분간 가열하면 감염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면역력 약한 어린이, 로타 바이러스 주의를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는 겨울에 로타 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가성 콜레라’ 혹은 ‘산발성 바이러스성 위장염’이라고 불리는 영ㆍ유아 위장염을 앓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5세 미만 영ㆍ유아에게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이유다. 로타 바이러스 장염은 12월부터 늘어나 2~4월에 정점에 이르고, 5월부터 줄어 들어 6월에 사라진다.
대변ㆍ입으로 감염된다. 감염되면 1~3일간 잠복기를 거친 뒤 구토와 발열이 생기고 5~7일 동안 설사를 심하게 한다. 로타 바이러스 장염은 다른 장염보다 증상이 더 심하고, 구토와 설사가 더 자주 하기에 탈수 위험이 높다.
아이가 우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거나 입ㆍ목이 마르고 기저귀가 6시간 이상 젖지 않으면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 말하지 못하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더 조심해야 한다. 아이가 탈수상태가 돼도 잘 모를 수 있어 증상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로타 바이러스 장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음식물이나 장난감, 수도꼭지, 기저귀 교환대 등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하지만 로타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입자가 10개만 몸에 들어와도 감염될 정도여서 개인 위생 관리만으로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영ㆍ유아가 많은 어린이집, 임산부가 모인 산후조리원 등에서 집단 감염이 꾸준히 발생한다. 아이들이 모인 집단시설에서는 액체 분유를 사용하는 게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도움된다. 환자가 있었던 장소, 환자가 쓴 물건은 염소 소독해야 한다.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6주 이후 가능한 한 빨리 로타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백신으로는 두 가지 경구제가 있다. GSK의 ‘로타릭스’는 주사기 모양의 경구 투여기로 먹이는데, 생후 6주부터 4주 간격으로 2차례 먹이면 된다. MSD의 '로타텍'은 '쭈쭈바' 형태로, 생후 6주부터 8개월 전까지 3차례 먹이면 된다.
독감 심하면 집안에서 휴식을
매년 설 연휴 전후로 독감 환자가 크게 늘어났다. 장거리 이동하는 사람이 많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환자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유행하는 B형 독감이 예방백신 항원과 달라 예년보다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손으로 얼굴 만지는 걸 삼가고 기침할 때는 손수건이나 소매로 가리고 해야 한다. 독감에 걸렸다면 가족을 만나려고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집에서 안정을 취하는 게 낫다.
독감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다. 만일 기침이나 고열이 1주일 이상 지속되고 누런 가래,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 폐렴 사망률이 10만명 당 32.2명으로 독감(10만명 당 0.4명)보다 80.5배나 높기 때문이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매우 심하거나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노인, 각종 기저(基底)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타미플루, 릴렌자, 페라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먹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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