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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조성한 뒤 성매매 부추겨” 법원, 국가 책임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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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조성한 뒤 성매매 부추겨” 법원, 국가 책임 첫 인정

입력
2018.02.08 16:5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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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보다 책임 더 넓게 판단

‘중간매개ㆍ방조’ 주장 받아들여

117명에 위자료ㆍ이자 지급 판결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세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 앞 삼거리에서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참가자가 발언하고 있다.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세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 앞 삼거리에서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참가자가 발언하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지에 조성된 속칭 기지촌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성매매 조장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법원은 정부가 미국과의 군사동맹과 외화 획득을 위해 기지촌 여성들을 ‘수단’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민사22부(부장 이범균)는 8일 이모씨 등 117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는 원고 74명에게 각 700만원, 43명에게 각 300만원의 위자료와 그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작년 1월20일 열린 1심에선 국가가 이들을 상대로 강제적으로 성병 검사를 실시하고 격리 치료한 행위에 대해서만 위법으로 인정해 54명의 기지촌 위안부들에게 각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 책임을 더 넓게 인정했다. 특히 1심과 달리 국가의 ‘성매매 중간매개 및 방조’ 주장을 받아들였다. 국가가 기지촌을 조성ㆍ관리ㆍ운영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주한미군을 고객으로 하는 접객업소의 서비스 개선 등 국가의 행위는 외국군의 사기 진작ㆍ양양이나 외화 획득을 위해, 외국군을 상대로 한 기지촌 여성들의 성매매 행위 자체 또는 성매매 영업시설을 개선하고자 한 것으로서 기지촌 여성의 성매매를 조장했다”며 “이런 행위는 전국 기지촌 운영ㆍ관리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공무원들이 기지촌 여성을 상대로 ‘애국교육’을 했다는 증언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지촌 여성을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자’로 치켜세우거나 고위 공무원들이 나서 각종 혜택을 약속하며 국가는 기지촌 내 성매매를 방치ㆍ묵인하거나 최소한도의 개입ㆍ관리를 넘어, 애국교육 실시 등을 통해 기지촌 내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정당화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국가는 원고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나아가 성으로 표상되는 원고들의 인격 자체를 국가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며 “원고들이 자발적으로 기지촌 성매매를 시작했더라도 국가가 이를 계기로 원고들의 성 내지 인간적 존엄성을 군사동맹 공고화 또는 외화획득 수단으로 삼은 이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씨 등은 1957년부터 전국 각 지역에 소재한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한 성매매에 동원됐던 여성들이다. (관련기사: [인물360˚] ‘국가가 관리한 성매매였다’…미군 기지촌 여성들)

이들은 2014년 6월 “정부가 성매매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지촌을 조성한 후 불법행위 단속 예외지역으로 지정해 성매매를 단속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손해를 입은 만큼 1인당 1,00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한국 일본 필리핀 주둔 미군기지에서는 국가 주도 또는 묵인 하에 기지촌이 운영돼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지촌 여성 지원단체인 새움터의 신영숙 대표는 “국가가 성매매 중간 역할을 하고 방조했으며, 조직적으로 성병 관리를 했던 부분을 인정한 것은 의미 있다”며 “정부가 미군 위안부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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