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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올림픽 아이스하키(2월 8일)

입력
2018.02.08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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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한국 대표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한국 대표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출범은 국제스포츠를 통한 평화ㆍ화합의 감동 이미지로 널리 부각되겠지만, 저열한 한국 정치(인)의 수준을 드러낸 사례로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단일팀 구상과 추진 과정에서 선수 개개인의 희생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한국의 정치ㆍ시민의식이 집단ㆍ전체주의의 관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드러냈다.

단일팀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동의와 올림픽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탄생했다. 대표팀에게는 사전동의는커녕 협의조차 하지 않았고, 논란이 일자 국무총리는 “어차피 메달권에 들지 않는다”는 경박한 말로 고민의 깊이를 의심케 했다. 기회 평등과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웅변해 온, 한국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민주적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 그러했다. 대통령은 뒤늦게 선수촌을 방문해 “단일팀 구성은 역사의 명 장면이 될 것”이라며 대표팀의 양해를 구했고 총리도 말이 본의와 다르게 전달됐다며 사과했지만, 대통령은 ‘역사의 명장면’을 위해 개인은 희생될 수 있다는 소신을 피력한 셈이 됐고, 총리는 본의가 무엇이었는지 해명하지 못했다.

선수교체가 빈번한 아이스하키 경기 특성을 들어 수학적 계산까지 동원하며 선수 개개인이 입을 미미한 1분 1초를 부각하고 반면에 얻을 바는 크다는 식의 해명과 옹호론도 있다. 하지만 그 산술적 득실의 논리는 대의(집단)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인간이 수단일 수 없다는 인권의 전제는 애써 외면한다. 회사와 경제를 위해 노동자가 희생해야 한다던 개발독재시대의 논리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는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논리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국제 무대에서 스포츠도 어차피 정치ㆍ외교의 일부인 게 현실이니 적당히 편승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는 일부의 논리는, 너무 발가벗어 낯뜨겁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는, 대통령 말마따나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자주 감동의 장면을 연출할 테지만, 남북화해와 통일의 역사가 아닌 자유와 인권ㆍ민주주의의 역사는 달리 기억할 것이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됐고, 2월 8일 스웨덴과 핀란드 대표팀이 올림픽 첫 경기를 치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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