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이스라엘의 반발 등 국제적 논란을 불렀던 소위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법’을 결국 발효키로 했다. 이 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폴란드인들의 책임을 묻는 발언을 규제하는 법률이라 논란이 일었다. 비록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이 진행되지만 입법에 항의해 온 이스라엘 정부와의 외교 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른바 ‘홀로코스트법’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인들은 체계적으로 홀로코스트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는 폴란드란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개개인의 경우 큰 악행을 저지른 경우, 협박에 못 이겨 가담한 경우가 있었다“라며 법을 서명함과 동시에 헌법재판소에 질의해 판단을 구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폴란드의 홀로코스트법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정부와 집권 법과정의당(PiS) 주도로 입법됐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집단 수용한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폴란드 소재라는 이유로 ‘폴란드의 집단 처형장’ 같은 수식어로 불리면서 홀로코스트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주체가 폴란드처럼 보인다는 게 입법 근거다. 폴란드 외교부는 지난 1일 법안의 상원 통과 직후 “새로운 법은 진짜 가해자의 책임을 경감하고 홀로코스트의 진실을 왜곡 및 부인하는 모든 시도와 싸우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홀로코스트법이 폴란드 국민을 상대로 유대인 학살의 공동책임을 묻는 경우에도 국적에 관계없이 처벌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며 문제 삼았다. 비록 “공공연히 사실에 반해”란 단서 조항이 달려 있지만, 이스라엘에선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폴란드인의 전쟁범죄 연루와 관련한 사실 증언을 할 경우에도 기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헌법재판소의 검토 기간에 이뤄질 법안의 수정 변경에 동의할 수 있길 바란다”라며 폴란드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앞서 법안이 폴란드 하원을 통과한 후 “이스라엘은 진실 왜곡과 역사 수정, 홀로코스트 부정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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