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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영남 보내 북미대화 ‘격’ 맞춰... 미국 반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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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영남 보내 북미대화 ‘격’ 맞춰... 미국 반응할까

입력
2018.02.05 17: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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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반’ 파견으로 의도 드러내

김영남, 3대 걸쳐 국제 업무 담당

펜스 美 부통령과 접촉 염두

“체류 일정 겹쳐 다분히 의도적”

美도 만나기엔 부담 적은 인사

“북미 접촉 없다” 입장 여전 불구

대화 강조해 대면 거부 부담 작용

北 건군절 열병식이 변수 될 듯

2016년 9월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제17차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연합뉴스
2016년 9월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제17차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보낼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고른 건 일단 급(級)을 최대한 높여 민족 경사를 돕겠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공언의 진정성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 미국 고위급 대표단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격(格)을 맞췄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접촉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북미 대화 성사 여부의 열쇠를 이제는 미국이 쥐게 된 셈이다.

명목상 북한의 국가수반인 김 상임위원장의 방남이 성사되면 지금껏 남측에 온 북한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5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국제 무대에 국가원수를 보내 정상국가란 점을 시위하는 게 자신들의 ‘북핵 평화론’을 주창하는 데에도 유리하다”고 했다.

고립 탈피를 위한 다자 외교전을 치르는 데에도 김 상임위원장이 적합하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수 있다. 1928년에 태어나 올해 90세인 김 상임위원장은 엘리트 외교관 출신으로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 3대 정권에 걸쳐 당과 정부에서 국제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1998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될 때까지 15년간 외교부장을 지냈고,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과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장으로 참석, 정상 외교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번 결정에 김정은의 대미 대화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 상임위원장이라면 펜스 미 부통령과 ‘정부 대 정부’, ‘2인자 대 2인자’ 구도를 만드는 게 가능한 데다, 체류 일정을 펜스 부통령과 이틀(9, 10일)이나 겹치게 한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라며 “대북 제재와 무관하고 외교 쪽 인사로 핵ㆍ미사일 개발과 상대적으로 거리도 있어 미 입장에서도 만나기에 부담이 적은 인사인 만큼 북한이 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고 했다.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고한 태도에 북한이 조급해하는 듯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고지도자가 대화한다는 전략적 변화를 선택했음에도 실무선에서 대미 물밑 접촉이 난항하자 보텀업(상향)에서 톱다운(하향)으로 협상 방식을 바꾼 것”이라며 “김영남이란 고위급 인사 자체가 ‘대화하자’는 김정은 위원장 친서인 셈”이라고 했다.

때문에 관건은 미국이 북한을 만날 의사가 있느냐다. 평창올림픽 계기 북미 접촉 계획은 없다는 게 여전한 미국 입장이다. 그러나 대화 문이 열려 있다고 북한에 강조해 온 미국이 북한과의 대면조차 거부하는 것도 부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라리 상대적으로 덜 버거운 김 상임위원장과의 접촉으로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전하는 편이 낫다고 여길 수도 있다.

문제는 올림픽 개막 전날 예정된 북한의 건군절(창군기념일) 열병식이다. 현재 관영 매체 등을 통해 나타나는 북한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내부 행사에 간섭하지 말라는 식이다. 미국도 양보 없는 북한을 만나기 껄끄러운 눈치다. 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 뒤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미 접촉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펜스) 부통령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했다. 신범철 교수는 “열병식 때 화성-14형과 화성-15형 같은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전시하지 말라고 북한에 권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9일 평창 동계올림픽 파견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하는 김영남(오른쪽)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011년 4월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평창 동계올림픽 파견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하는 김영남(오른쪽)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011년 4월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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