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팀원 등 제조 도면 유출
충남ㆍ당진시에서 지원까지 받아
경기 안성시에 있는 반도체 부품업체 T사는 지난 2016년 11월 발신지가 일본으로 찍힌 의문의 편지를 한 통 받았다. 일본계 한국법인 P사가 유력 기술을 빼돌려 한국에 공장을 차렸다는 내용이었다. 편지에는 전 생산담당 팀원 신모(37)씨와 협력업체 설계팀장이었던 김모(47)씨가 T사의 핵심기술인 ‘실리콘 카바이드 링’ 제조 도면을 유출해 P사에서 근무 중이라는 제보도 담겼다.
신문에서만 보던 피해를 당했다고 직감한 T사는 곧바로 P사를 수소문, 충남 당진시 한 산업단지 6만6,000㎡에 공장을 지어 가동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편지 내용처럼 신씨 등 2명도 버젓이 일하고 있었다. T사는 지난해 2월 경찰에 이런 사실을 신고했고 1년여 수사 끝에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P사를 입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 등 2명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P사는 김씨 등이 2015년 입사하면서 가져온 T사의 실리콘 카바이드 링 제작 기술을 사용해 링을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T사가 7년간 80억원을 들여 2013년 개발한 이 부품은 수명과 성능이 기존 제품의 3배나 돼 1,500억원 규모 세계 시장을 80% 장악하고 있다.
김씨 등은 T사의 제조도면과 운용 기술자료를 이메일 등으로 빼돌려 P사로 이직했고, 이 과정에서 기존 연봉보다 40%가량을 올려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P사는 “이들이 기술을 유출한 것은 몰랐다”고 잡아떼고 있다.
P사는 2016년 6월 2,000만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국내에 진출했다. 충남도와 당진시는 그 대가로 P사에 5년간 50억원을 지원한다는 약속을 해 현재까지 12억원을 지원한 상태다. 충남도는 사건이 종료될 때까지 추가 지원을 보류하기로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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