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가정 폭력’ 이어지기도
서울 거주여성 10명 중 9명이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가 실시한 최초의 데이트폭력 통계 수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시는 서울거주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770명(88.5%)이 데이트폭력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30일 밝혔다. 데이트폭력 피해자 중 190명(10.7%)은 신체적 피해를 입었고, 이 중 37.4%는 병원치료까지 받았다. 그러나 피해자 중 절반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폭력 피해자 중 절반 가까이(46.4%)는 상대방과 결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7.4%는 데이트 폭력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피해 유형 중 신체적 폭력은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잡음’이 35%로 가장 많았고, ‘심하게 때리거나 목을 조름’(14.3%), ‘상대의 폭행으로 인해 병원치료’(13.9%), ‘칼(가위) 등의 흉기로 상해’(11.6%)가 뒤를 이었다.
성적 폭력은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얼굴, 팔, 다리 등 몸을 만짐’(44.2%),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또는 성기를 만짐’(41.2%)이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행동통제 유형으로 ‘누구와 있었는지 항상 확인했다’(62.4%) 등이 있었고, 언어ㆍ정서ㆍ경제적 폭력으로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음’(42.5%) 등으로 응답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데이트폭력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의 가장 큰 발견”이라며 “서울시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의 연장선상에서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박주희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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