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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G-10] 여섯 나라의 첫 도전 “평창은 열정이다”

입력
2018.01.30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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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사상 첫 출전

에리트레아ㆍ코소보 선수들

“난민 고통 지구촌에 알리고 싶어”

나이지리아 ‘평창판 쿨러닝’ 예고

싱가포르 쇼트트랙 전이경이 지도

섀넌 오그바니 아베다(21)는 캐나다에서 자란 에리트레아 난민으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에리트레아 최초 동계올림픽 선수로 출전한다. 국제스키연맹 홈페이지 캡처
섀넌 오그바니 아베다(21)는 캐나다에서 자란 에리트레아 난민으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에리트레아 최초 동계올림픽 선수로 출전한다. 국제스키연맹 홈페이지 캡처

아프리카 동북부 홍해 연안의 소국 에리트레아를 대표해 섀넌 오그바니 아베다(21) 선수가 평창동계올림픽의 알파인 스키에 출전한다.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에리트레아는 에티오피아와 30여년간의 분리ㆍ독립 투쟁 끝에 1993년 독립했지만, 초대 대통령의 독재와 인권탄압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난민이 매달 5,000명에 이르는 나라다. 유엔인권위원회 등 인권기관은 ‘자유가 없는 최악의 국가’라며 에리트레아의 인권 상황을 경고하고 있다.

아베다의 부모 역시 고향을 떠나 캐나다로 이주한 난민이다. 그는 아버지의 나라에 두 번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고국의 피가 흐른다”며 “에리트레아 난민을 대표해 우리의 고통을 지구촌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에는 전세계 92개국에서 2,925명이 참가한다. 이중 에리트레아와 코소보,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에콰도르 등 6개국은 평창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에 도전장을 내민다.

아베다가 에리트레아 사상 최초의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건 올림픽조직위원회(IOC)가 아프리카 국가들의 출전을 위해 배려한 ‘쿼터 룰’이 있어 가능했다.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에 출전하는 나이지리아 봅슬레이 여자 대표팀 아쿠오마 오메오가(왼쪽부터), 세운 아디군과 응고지 오누메레. 아디군 인스타그램 캡처.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에 출전하는 나이지리아 봅슬레이 여자 대표팀 아쿠오마 오메오가(왼쪽부터), 세운 아디군과 응고지 오누메레. 아디군 인스타그램 캡처.

코소보의 첫 동계올림픽 선수인 벤스니크 소콜리(35ㆍ알파인 스키)도 내전을 피해 1999년 미국에 정착한 전쟁 난민 출신이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면서 올림픽 스키 국가대표의 꿈을 이뤄냈다. 그는 평창올림픽을 목표로 아파트 지하 보일러실에 훈련 장비를 들여놓고 하체 훈련과 턴 기술을 연마했다. 퀴퀴한 냄새와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연습해야 했다.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승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스키에 대한 열정이 나의 경쟁력”이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팀 역시 ‘평창판 쿨러닝’의 감동을 예고했다. 아프리카 출신 최초로 올림픽 봅슬레이에 출전하는 이들은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 모금 등 힘겨운 과정을 겪었기에 평창올림픽이 누구보다 뜻 깊다. 육상 선수 출신의 세운 아디둔(31)이 육상 동료인 은고지 오누메레(26), 아쿠오마 오메오가(26)를 설득해 팀을 꾸렸다.

에콰도르에선 클라우스 융블루스 로드리게스(39)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도전장을 내민다. 유럽 유학 당시 스키를 배운 로드리게스는 귀국한 뒤 아스팔트 도로에서 바퀴 달린 스키로 훈련해 마침내 동계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뤄냈다.

겨울이 없는 싱가포르에선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42) 감독이 지도한 샤이엔 고(19) 선수가 여자 1,500m에 출전한다. 인접 국가 말레이시아에서도 제프리 웹(20ㆍ알파인 스키)과 줄리안 이 즈제(21ㆍ피겨)가 겨울 잔치에 처음 초청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국력에 관계없이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실현한다는 올림픽 정신에 따라 약소국의 출전을 권장하고 있다”며 “자유를 억압받는 난민이나 내전으로 찢긴 상처가 아물지 않았어도 꿈을 향한 뜨거운 열정만 있으면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박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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