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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뛰어넘는 기회 만들어라

입력
2018.01.24 13:5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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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젊은층서 인기 불구

국왕 추모 등 외부 영향에 타격

한류 연계한 정부 지원 절실

태국 방콕의 한류 복합쇼핑몰인 '쇼디씨'에 마련된 한류 연에인 관에 배우 김수현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태국 방콕의 한류 복합쇼핑몰인 '쇼디씨'에 마련된 한류 연에인 관에 배우 김수현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태국 방콕의 한류 복합쇼핑몰인 '쇼디씨'에서 한류팬을 보유한 가수 비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레스토랑 앞에 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세워져 있다.
태국 방콕의 한류 복합쇼핑몰인 '쇼디씨'에서 한류팬을 보유한 가수 비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레스토랑 앞에 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세워져 있다.

“한류는 아세안에서 성공하기 위한 밑거름입니다.”

지난달 21일 태국 방콕의 한-태국 교류센터에서 만난 이유현 대표는 아세안에 부는 한류 열풍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드라마와 영화, K팝 등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한류는 아세안 시장에서 진출 시기와 규모에서 중국과 일본에 크게 뒤처졌던 한국이 뒤늦게나마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이 대표는 “한류 열풍이 불기 전 아세안에선 일본 드라마와 J팝(J-POP) 등 ‘저팬 피버’(Japan Fever)가 득세하고 있었다”며 “태국은 지난해 일본과 수교 130주년을 맞았는데, 수교의 역사가 절반(60주년) 밖에 안 되는 한국이 태국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한류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한류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에서 젊은 소비층에 한국기업을 인식시키는 중요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지난해 말 아세안 국가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 이용 경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이 1년 전보다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태국 39%, 말레이시아 39.8%, 인도네시아 48.8% 등에 달했다. 봉텝 아타카이발라티 아세안 사무차장은 “한국 대중문화는 나라를 불문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힘과 창의성이 뛰어나다”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와 플랫폼이 다각화하면서 더 많은 아세안 국민들이 한류를 즐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국에서 한류와 소비제품의 직접적 연관성은 컬러렌즈를 통해 엿볼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한국 연예인들 사이에서 컬러렌즈가 크게 유행하면서 한국 드라마나 TV쇼에서 컬러렌즈를 착용한 사례가 크게 늘었다. 태국 한류 팬들이 패션 스타일을 따라 하면서 2012년 한 해 동안 무려 300만개 이상의 컬러렌즈가 태국에 수출됐다. 아세안 국가 중 태국 방콕에 첫 해외지점을 낸 국내 커피전문점 톰앤톰스의 김지용 태국 법인장은 “한류가 아니었다면 스타벅스가 장악한 태국에서 톰앤톰스 매장을 안착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산 딸기와 홍시, 태극마크 등 한류를 이용해 태국 소비자들에게 낯선 브랜드였던 톰앤톰스를 친숙한 이미지로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세안에서 한류 열풍이 향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실제 2016년 10월 13일 푸미폰 태국 국왕 별세로 추모 분위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태국 한류는 직격탄을 맞았다. 태국 왕실이 6개월 넘게 방송에서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 방영 금지, 공연 중단, 흑백 방송 송출 등 지시를 내리면서 한류 마케팅에 기대된 한국 화장품 기업 등의 매출이 절반 이하로 하락한 것이다. 태국 현지 기업 관계자는 “한류 인기는 결국 정부 정책 등의 외부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으로 한국 콘텐츠 유통을 제한한 직후 한류 인기가 크게 시들었던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아세안 시장에서 한류의 인기를 발판으로 한국기업들이 성장기회를 잡았다면 이제는 한류에 의존하지 않아도 그 기반을 탄탄히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태국에서도 한류 콘텐츠 완제품을 수입만 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와 TV쇼 포맷 도입 등 태국 자체의 자생력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유현 한-태국 교류센터 대표는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한국 중소 수출기업들이 한류의 파도를 탈 수 있도록 한류를 연계한 정부의 지원 방안이 앞으로도 필요하다”면서도 “한류 인기를 넘어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 등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들의 노력도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방콕(태국)=김현우기자 호찌민(베트남)=정민승 특파원

태국 방콕의 한류 복합쇼핑몰인 '쇼디씨'에 마련된 한류 연에인 관에 한국 배우와 가수들의 손 모양과 사인을 담은 액자들이 전시돼있다.
태국 방콕의 한류 복합쇼핑몰인 '쇼디씨'에 마련된 한류 연에인 관에 한국 배우와 가수들의 손 모양과 사인을 담은 액자들이 전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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