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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댓글 조작 의혹’ 네이버, 매크로 프로그램 편법 흔적은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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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댓글 조작 의혹’ 네이버, 매크로 프로그램 편법 흔적은 없었지만…

입력
2018.01.23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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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검증 보고서를 공개합니다.”(7일 검색어 조작 논란 당시)

“수사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19일 뉴스 댓글 조작 논란 당시)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네이버는 외부 기관을 찾아갔다. 내부 검증으로 네이버의 조작이 아니라 해명해도, 신뢰하지 않아 내놓은 고육지책이지만, 외부 검증 결과도 이용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은 비슷하다. 포털 운영의 투명성ㆍ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지만, 원칙만으로 단기간에 신뢰가 쌓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 인격권, 포털 경영권 등 서로 상충하는 가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하나둘씩 합의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2일 “네이버가 비판 댓글 추천수가 급증하도록 조작한다”며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이 문제 삼은 ‘평창올림픽 단일팀 구성’ 기사의 댓글 추천 정보를 분석한 결과 아이디, 인터넷주소(IP), 브라우저 정보 등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흔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크로는 클릭을 반복하도록 명령해 기사에 대한 반응을 조작할 때 사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이 외 17, 18일 대규모 공감 건수 변화가 있었던 상위 4건의 기사 댓글에도 매크로를 이용한 기계적 어뷰징(특정 댓글을 중복으로 눌러 상위에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속이는 편법 행위)은 없었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으로 추정되는 비정상적인 댓글 및 추천 현상, 그리고 네이버 내부의 도움이 있다고 의심되는 현상이 많다”는 청원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공감이 급증한 주요 추천 건수에 대한 IP를 분석한 결과 100% 자발적인 네티즌의 반응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문제가 된 평창 올림픽 단일팀 구성 기사에서는 하나의 IP에서 최대 11개의 아이디를 바꿔가며 공감 추천을 한 경우가 발견됐다. 단 네이버는 1인당 아이디를 3개까지 만들 수 있어 이 모두를 규정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11개를 동원한 경우는 한 건에 그쳤다.

갑자기 댓글이나 공감 추천이 급증한 기사는 대부분 네이버 모바일 뉴스 최상단에 노출돼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빠르게 퍼질 수 있는 조건이었고, 출퇴근 취침 전 등 뉴스 소비가 몰리는 특정 시간대였다. 이번 조작의혹도 예민한 정치권 이슈여서 이용자들이 몰린 데다 시간대에 따른 접속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것이라는 추정이 유력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일부 ‘댓글부대’의 집단 움직임을 묵과하는 것이 방문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수익을 유지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조작하는 경우는 자동으로 포착해 바로 차단하지만 개인이 아이디를 2, 3개 쓰는 것까지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위 ‘댓글부대’의 활동인지 개인의 표현의 자유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업자의 공정성ㆍ투명성 문제는 네이버만의 고민이 아니다. 저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 마크 저커버그가 20일(현지시간) “외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얻는 방식도 검토했는데 객관성 문제를 풀 수는 없을 것 같았다”며 이용자 설문으로 언론에 신뢰도 등급을 매겨 노출 여부를 결정하는 식으로 가짜뉴스 등 조작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문조사 또한 조작 가능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글의 경우 개인 지메일 내용을 훔쳐보고 관련된 연관 검색어를 노출한다는 논란일기도 했다. 현재도 유튜브 등에서 개인 검색 이력을 검색어 운영에 사용해 사생활 침해 등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를 방지할 제도나 원칙이 없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구태언 변호사는 “해외에서는 검색어는 인터넷 기업의 경영 영역이라고 판단해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종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사는 “구글에 투명한 알고리즘 검증을 요구해도, 구글이 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기를 기대만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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