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 파견 금융감독원 직원이 규제 발표 직전 가상화폐를 팔아 700여만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 초안이 발표 3시간 전 관세청 사무관에 의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유출된 데 이어 또 다시 사전에 정보가 새 나간 것으로 드러나며 투자자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도박’이라고 규정하며 연일 강경책을 내놓던 당국이 정작 내부 단속조차 못했다는 비판도 적잖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가상화폐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금감원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정부 대책 발표 직전 뺐다는 첩보가 있는데 확인했냐”고 물었다. 이에 최흥식 금감원장은 “조사중”이라고 시인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도 “공무원 한 두 명 사례가 있어 진상조사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어 이날 오후 자료를 통해 “해당 직원이 지난해 7월3일부터 12월11일까지 1,300만원을 투자해 700여만원의 수익을 얻었다”며 “조속한 시일 내 조사를 마무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직원은 지난해 2월 금감원에서 국무조정실로 파견됐다. 더구나 그가 근무한 부서는 가상화폐 대책 마련과 직접 관련이 된 곳으로 전해졌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검토 등 그간 강력한 규제를 펴 온 당국 내부에서 사전에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자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 “이번 규제와 관련된 업무를 했거나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었던 공무원들을 전수조사해야 한다” 등의 글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은 신분상 ‘공무원’이 아닌데다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당국 입장이어서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000만원을 손해 봤다는 한 투자자는 “당국이 주식 내부 정보 유출 시엔 검찰 고발까지 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금융상품이 아니라며 처벌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폭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전날 같은 시간 보다 3% 가량 오른 1,400만원대에 거래됐다. 오전 11시30분엔 1,600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이날 낮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가상화폐는 법적 지급수단을 갖지 못하고 화폐로의 기능도 못한다”는 발언이 알려진 뒤 다소 하락했다.
한편 시중은행들도 가상화폐 계좌를 거래소에 제공한 대가로 작년 한해 22억원이 넘는 부수입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NH농협, IBK기업, KB국민, 신한, 우리, KDB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가상통화 거래소 관련 수수료 수입은 22억2,100만원이었다. 시중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대가로 거래소로부터 입금 건당 200~300원씩 수수료를 받고 있다. 같은 기간 6개 은행의 가상화폐 가상계좌 잔고는 322억원에서 2조670억원으로 64배 불어났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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