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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사표 보니, 안철수ㆍ유승민 ‘예고된 통합’?

입력
2018.01.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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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유승민의 ‘따뜻한 공동체’ 언급

‘정의로운 대한민국’ 강조한 것도 공통점

‘사랑 없는 결혼’?… 정치 스타일이 관건

유승민(오른쪽) 바른정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국회 정론관에 통합 공동선언을 하러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오른쪽) 바른정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국회 정론관에 통합 공동선언을 하러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출사표’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정치를 집약한 언어다. 한 정치인이 지향하는 신념과 가치를 알려면 출사표를 봐야 하는 이유다.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통합개혁신당을 만들겠다”며 통합선언을 했다. 1년 전 두 사람의 대선 출마 선언문에는 어떤 교집합이 있었을까. 또 이날의 통합 선언문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를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출사표에 똑같이 들어간 ‘따뜻한 공동체’

공교롭게도 지난 해 두 정치인의 출사표에는 공통점이 많다. 특히 안철수 대표가 출사표에 유승민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따뜻한 공동체’라는 표현을 쓴 데에 눈길이 간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가장 큰 차이라고 여겨졌던 안보는 안 대표가 출사표에서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내 옛 동교동계나 호남 출신 의원들은 지금도 햇볕정책 계승 여부 등 안보 노선을 내세워 극렬하게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의 통합선언문은 사실상 지난 해 두 사람이 밝힌 대선 출사표의 ‘통합본’이었다. 통합선언문 속 “정의와 공정, 자유와 평등, 인권과 법치의 헌법가치를 지키겠다”는 문구는, 유 대표의 ’정의, 자유, 평등, 법치’와 안 대표의 ‘공정, 자유, 책임, 평화, 미래’를 합친 것이다. 유 대표의 ‘용감한 개혁’은 안 대표가 강조해온 ‘미래의 가치’를 녹여 ‘미래를 위한 개혁’이 됐다.

두 사람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자신들이 하겠다고 제시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는 안 대표가 즐겨 써온 표현이다. 여기에 유 대표의 ‘민주공화국’을 덧대 “문제해결 정치로 대한민국을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따뜻한 공동체’도 이날 통합선언문에서 빠질 리 없다.

통합선언문, 두 사람 출사표의 ‘합본’

지난해 대선 때 출사표는 유 대표가 1월 26일, 안 대표보다 먼저 던졌다. 헌법을 정치의 바이블로 삼는 유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 장소로 국회 헌정기념관을 택했다.

유 대표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 줄곧 강조해온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민주공화국’, ‘개혁’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정의, 자유, 평등, 법치가 살아 숨쉬고 시민들이 함께 공공선을 추구하는 세상’이란 기조 아래 출사표를 써내려 갔다.

안 대표는 두 달 뒤인 같은 해 3월 19일 출마 선언을 했다. 안 대표는 서울 종로구의 강연 전문 혁신기업인 마이크임팩트 스퀘어에서 대선 출정식을 했다. CEO 출신이자, 개혁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당시 안 대표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안철수의 편지’라는 제목을 붙인 출마 선언문을 밝혔다.

그는 ‘공정, 자유, 책임, 평화, 미래의 가치를 수호하는 대통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안 대표가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쓴 점이다. 이 때부터 안 대표가 유 대표에게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일까.

격차 해소나 자유의 가치, 책임 정치를 강조한 점도 유 대표와는 큰 공통점이다. 양당 통합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안보 분야는 공교롭게도 출사표에서 비중이 적었다. 안 대표는 당시 “평화는 미래”라며 “국방비를 늘려서라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강안보를 실현해야 한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두 사람 모두 청년의 박탈감으로 출사표를 시작한 점도 흥미롭다. 유 대표는 국정농단 사태 때 충격을 던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야’라는 말을 들며 “젊은이들의 서러움, 자식 가진 부모의 한탄”을 거론했다.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안 대표는 “청년의 눈물을 보고 정치를 시작했다”며 초심을 되새겼다. 안 대표는 “5년 전 저를 불러낸 분들은 정치를 배우라고 불러낸 것이 아니라 바꾸라고 불러내셨다”며 “더 큰 간절함과 강철 같은 의지를 담아 정치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출사표의 끄트머리에 “삼월의 바람과 사월의 비가 오월의 꽃을 데려온다”며 “오월은 통합, 희망, 미래”라고 한 점도 새삼 다시 보인다. 당시엔 대통령이 되어 국가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겠지만, 유 대표와 ‘신당창당’으로 손을 잡은 지금엔 ‘대선 도전과 당 대표를 거친 양당의 통합’으로 읽히는 것이다.

초선 때부터 유승민에 관심 표한 안철수

안 대표는 초선 때부터 유 대표에게 관심을 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대 국회 때 유 대표는 여당인 새누리당, 안 대표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지만, 따로 유 대표를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처음 ‘독대’를 한 건 유 대표가 19대 국회에서 국회 국방위원장을 할 때로 알려졌다. 이후 유 대표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당선됐을 때도 안 대표가 축하 인사차 만나기를 희망한 적이 있다. 비공개 회동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며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그 뒤에도 두 사람은 식사를 하며 현안에 대한 견해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1년 뒤인 이날 자유한국당과 여권을 겨눠 “한국 정치는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무책임하고 위험한 진보가 양 극단을 독점하면서 진영의 논리에 빠져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전한 개혁보수(바른정당)와 합리적 중도(국민의당)의 힘을 합쳐 정치의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두 사람이 꾸려나갈 통합신당의 미래다. 정치적 신뢰는 단박에 쌓아지지 않는다. 유 대표가 그간 국민의당 내부 상황을 들어 통합신당 창당의 속도에 신중을 기한 이유다. “사랑 없이 섣부른 ‘정략결혼’을 했다가는 깨지는 것도 순식간”이라는 주위의 우려도 컸다. 두 사람의 정치 스타일이 맞을지도 관건이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안 대표는 그간 자신을 도운 정치적 멘토들이 모두 떠나 ‘마이너스의 정치’를 해온 사람이고 유 대표는 추구하는 신념과 가치가 맞지 않으면 동행하지 않는 정치의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며 “두 사람이 한 배를 잘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지난 해 대선 당시 안철수(왼쪽 사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안 대표가 지난해 4월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19대 대선 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합동 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왼쪽 사진). 유 대표가 지난해 1월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손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해 대선 당시 안철수(왼쪽 사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안 대표가 지난해 4월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19대 대선 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합동 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왼쪽 사진). 유 대표가 지난해 1월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손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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