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2018년 노사정 신년인사회에 민주노총이 불참했다. 2년 연속 참석하지 않았던 한국노총은 올해 얼굴을 보였다. 노동부 장관과 노사정위원장, 노사단체 대표 등이 새해 인사를 나누는 행사에 민주노총은 줄곧 불참했던 터라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노사단체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인사를 나누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개탄스럽다.
민주노총으로서는 지난달 29일 한상균 전 위원장의 특별사면 제외가 불만스러웠을 수 있다. “한 전 위원장 사면 배제로 노정관계는 더욱 긴장되고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한 민주노총 성명에서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그러나 청와대로서는 한 전 위원장을 사면할 경우 재계 인사에 대한 사면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면의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것이 국가운영에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니 한 전 위원장 사면 배제를 대화의 걸림돌로 삼는 것은 온당치 않다.
최근 민주노총 새 위원장에 사회적 대화에 우호적인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이 당선돼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그는 당선 직후 투쟁을 얘기하면서도 “민주노총이 노동 의제에 키를 쥐고 있는 정부와 사용자를 상대로 한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를 거부해 왔던 기존 태도의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노사정에 국회 대표가 참여하는 ‘신(新) 8인회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는 노동계로서도 피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노동자 전체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투쟁 일변도의 운동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기득권 조직이 돼 버렸다는 지적도 많았다. 기아차노조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지부조직 편제에서 제외하고, 전교조 교사들이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노동존중사회’로 나아가는 데는 노동계의 사회적 대화 참여가 불가결하다. 민주노총은 기득권을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책무가 있다. 정부로서도 노동계가 불신감을 나타내는 노사정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금은 조건과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실질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 민주노총은 전체 노동자와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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