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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여권 신장에 이란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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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여권 신장에 이란도 ‘경쟁’

입력
2017.12.31 16:2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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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미착용ㆍ부적절 착용 처벌 완화키로

히잡을 쓴 이란 여성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히잡을 쓴 이란 여성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주도의 개혁으로 사우디 여성들의 권리 향상을 위한 조치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적절하게 착용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중동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이 최근 들어 성 평등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경합을 벌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이란 경찰은 앞으로는 히잡을 적절하게 쓰지 않고 다니는 여성들을 곧바로 체포하는 대신 계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여성들은 약 40년간 엄격한 규율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머리카락을 가리는 동시에 몸을 덮는 길고 헐렁한 옷을 입어야 했다.

이런 결정을 놓고는 사우디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여성인권단체 이퀄리티나우의 수아드 아부 다예는 “양국이 서로 의식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이란은 특히 국제사회 앞에서 자신들이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국가로 비춰지는 걸 꺼려하기 때문에 사우디의 변화가 이란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해 9월 말 여성들의 운전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관습적으로 금지됐던 항공기 조종도 여성에게 개방키로 하는 등 여권 신장 조치들을 쏟아 냈다. 지난달 26일부터 수도 리야드에서 국제체스대회를 개최하면서는 몸을 다 덮는 아바야(검은 망토 모양의 의상)를 입지 않아도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란의 조치가 사우디의 변화와는 연관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란의 젊은층은 부모세대에 비해 정부의 사회적 제약에 강한 저항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에게 복장 불량을 이유로 처벌하는 게 비효율적이란 의견이 있어왔다는 게 이유다.

한편 성 평등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있어서 양국의 경합 관계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로야 하카키안 이란인권자료센터 공동설립자는 NYT 칼럼에서 “양국 여성들이 체제 경쟁에 따른 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고, 수아드 아부 다예는 “아직 이런 복장 규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유감”이라면서도 “우리는 사우디에서 일어나는 개혁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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