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시장 140만대 달해
다이슨 주도 상중심 청소기 시장
LG전자 코드제로A9 돌풍
의류건조기 판매 6배로 늘어
올해 국내 산업계 전반에 몰아친 뜨거운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가전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 한해 음성인식 AI를 접목한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였지만, 정작 가전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열광시킨 주인공은 AI가 아니라, 가정생활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낸 고객에 대한 관심이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가전제품은 봄-공기청정기, 여름-에어컨, 가을-무선청소기, 겨울-의류건조기로 요약된다.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딥씽큐’를 적용한 휘센 듀얼 에어컨 등 에어컨 일부 제품에 AI 기능이 들어갔어도 전체적으로 AI와는 거리가 멀다. 환경과 가정생활의 변화를 정확하게 짚어내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게 이 제품들의 공통점이다.
이른 봄부터 숨 막힐 정도로 몰아친 미세먼지에 날개 돋친 듯 팔린 공기청정기는 지난해 80만대 안팎에서 올해는 120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렌털을 포함하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140만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도별 판매량이 들쭉날쭉한 에어컨은 지난해 180만대 수준으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는 240만대 규모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7월 말 기준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을 정도로 호황을 누린 삼성전자 에어컨의 1등 공신은 AI가 아닌 찬 바람을 직접 맞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무풍(無風) 기술이다.
영국 다이슨이 주도한 국내 상중심(上中心) 무선청소기 시장은 LG전자(7월)와 삼성전자(9월)가 각각 ‘코드제로A9’과 ‘파워건’을 잇따라 내놓으며 팽창했다. 전체 시장 규모는 집계가 안 되지만 코드제로A9은 4개월 만에 10만대 이상 팔려나가는 돌풍을 일으켰다. 일명 동글이 청소기보다는 약해도 웬만한 청소가 가능한 흡입력과 귀찮게 전원을 연결할 필요 없는 편리함은 현대인의 바쁜 일상과 궁합이 맞았다.
의류건조기는 올해 가장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10만대였던 시장 규모가 1년 만에 60만대 이상으로 커졌다. 보편화된 아파트 생활과 초겨울부터 시작된 강추위가 건조기 인기에 불을 붙였다.
AI 가전의 판매가 신통치 않았던 이유로는 고가인 데다 AI 기능이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라는 점 등이 꼽힌다. 번거롭게 음성으로 지시하느니, 버튼을 누르는 게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성향에 맞는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AI 가전은 세계적인 흐름이고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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