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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방화벽 없는 전기배선실이 ‘불의 통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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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방화벽 없는 전기배선실이 ‘불의 통로’ 됐다

입력
2017.12.28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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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불길 번지기 수분 전

1층 천장 안에서 이미 연소 진행

작업 도중 순간적으로 폭발한 듯

화재 건물은 방화구획 의무 대상

건축 규정 무시하고 EPS실 설치

27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현장인 1층 천장에 큰 고드름이 생겼다. 고드름이 매달린 천장은 검게 그을린 배선 등을 드러내고, 주차장은 불탄 차량이 그대로 있어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현장인 1층 천장에 큰 고드름이 생겼다. 고드름이 매달린 천장은 검게 그을린 배선 등을 드러내고, 주차장은 불탄 차량이 그대로 있어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노블 휘트니스스파 화재 당시 1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순식간에 꼭대기층까지 번진 데는 화물용 승강기 외에도 방화벽이 설치되지 않은 전기배선 전용실(EPSㆍElectrical Piping Shaft)이 화염과 유독가스 매개와 통로 역할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층부에서는 연기와 유독가스를 배출해야 할 배연창도 작동하지 않았으며 발화지점인 1층 천장에서 주차장으로 불길이 폭발적으로 번지기 수분 전 천장 안에서 연소가 진행 중이었던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화재 참사 원인을 규명 중인 소방합동조사단 관계자는 27일 “EPS실 내부에서 전선과 배관이 불에 탔으며 불길이 위로 올라간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 건물은 시공 당시부터 EPS실에 방화벽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화벽이 설치되지 않으면 EPS실이 화재 발생 시 불길이 위로 번지는 굴뚝 역할을 한다”며 “이번 화재에서 화염과 유독가스 통로 역할을 했던 화물용 승강기와 비슷한 상황이 EPS실에서 일어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PS실은 전기선과 각종 배관을 하나로 묶어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연결하는 공간으로, 노블 휘트니스스파의 경우 1층 카운터 인근 천장부터 시작된다. 건축법(시행령 46조)에 연면적 1,000㎡이상 건물은 내화구조물로 바닥과 벽을 만들고 방화문으로 구획해야 한다는 내용의 방화구획 설치조항이 명시돼 있다. 화재 건물은 연면적 3,813㎡으로 당연히 방화구획 의무 설치 대상이나 건축 규정을 무시하고 EPS실을 시공한 것으로 보인다. 전선 사이 틈을 콘크리트로 막고, 층마다 불에 타지 않는 재료(불연재)로 방화구획을 설치하지 않아 화염과 유독가스 확산의 매개 및 통로가 된 것으로, 130명의 사상자를 낸 2015년 의정부 아파트와 동일한 부실시공이 드러난 것이다.

조사단은 또 현장조사에서 연기와 유독가스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작동해 밖으로 배출해야 할 상층부 배연창이 화재 당시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화재 건물에는 가로 40~50㎝, 세로 70~80㎝ 크기의 배연창이 4층 이상부터 설치돼 있었지만 센서스위치가 꺼져있고 잠금 장치까지 된 탓에 무용지물이었다. 조사단 관계자는 “저층부는 지상 대피가 원칙이기 때문에 배연창이 필요하지 않다”며 “상층부에서 연기가 빠지지 않아 건물 내부에서 계속 머물러 대규모 질식사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또 화재 신고 4분 전인 오후 3시 49분 주차장 천장에서 연기가 발생한 사실을 화재 현장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천장에서 불꽃이 발생하기 전에 연기가 났다는 건 이미 천장 안에서 연소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며 “건물 관리 직원이 1층 천장에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불씨가 생겼고 천장을 타고 연소가 진행되면서 인화성이 강한 물질 등을 만나 순간적으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제천=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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