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사람중심 경제’를 앞세운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올해의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이어 내년에는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구현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고 삶의 변화를 창출하겠다는 게 골자다. 물론 그 수단은 일자리 창출과 가계 소득증대다. 하지만 정책 순항이 미덥지 못한 상황이 문제다.
경제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공정경제 정책은 내년에도 힘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 정책을 비롯해 대ㆍ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해소, 주거비 등 생계비 부담 완화 및 취약계층 소득기반 강화 정책이 다양하게 집행된다. 세제개편도 주목된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공식화 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방침은 내실 있게 시행된다면 주거 및 부동산 정책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공정경제와 함께 정부가 가장 힘을 쏟는 분야는 역시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예산만도 올해(17조1,000억원)보다 12.7%나 늘어난 19조2,000억원이 책정됐다. 정부는 이 중 34.5%를 1분기에 조기 투입해 고용 파생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공무원 신규채용 확대는 물론, 공공기관 신규채용도 올해 2만2,000명에서 내년 2만3,000명 이상으로 늘려 전체의 53%를 상반기에 채용한다. 이밖에 중소기업 등에 대한 고용 장려금 지원 확대, 신규 고용 창출 시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고용증대 세제 등도 가동된다.
문제는 일자리 정책이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공공부문 고용 확대나, 기업 신규채용에 재정 및 세제지원을 부여하는 단순 정부 주도형에 그친 점이다. 그러니 내년도 정부의 고용자 수 증가 목표치가 기껏해야 올해와 비슷한 32만 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수출 기업 중심의 경기회복 양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이 취업자 증가를 가로막는다지만, 민간의 고용 확대를 자극할 적극적 정책이 미약해서이기도 하다.
민간경제 활력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규제완화를 전제로 실질적 혁신성장 정책이 가동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정책방향에는 초연결 지능화, 핀테크, 재생에너지, 자율주행차 등 핵심 선도사업을 선정해 지원한다는 정부 주도형 계획만 두드러질 뿐, 민간 활력 제고에 불가결한 규제혁신 방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히 규제혁신을 두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청와대의 엇박자가 거듭되고, 국회에서 경제활성화 방안이 발이 묶이는 한 혁신성장은 구호에 그치게 마련이다. 혁신성장 정책의 정상 가동 여부가 내년 경제정책의 성패를 가를 관건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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