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정재계 인사 20여명 석방
자유 대가로 조단위 재산 헌납
빈탈랄 왕자 보석금은 6조 넘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난달 부패 혐의로 대거 체포한 왕가 및 정ㆍ재계 인사 중 최소 20여명을 석방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재산 중 일부를 내놓으면 석방해주는 식인데, 왕위계승 서열 1위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 주도하는 부패 청산 작업이 실상 부정 축재 재산의 국고 환수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브라힘 알-아사프 전 재무장관 겸 국영석유회사(아람코) 이사, 무하마드 빈 호무드 알 마즈예드 전 재무차관보, 사우드 알-다위시 전 사우디텔레콤 최고경영자, 기업인 모히 살레 카멜 등이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들은 모두 나가기로 결정했다”라며 “(나가기로 한 인물은) 적어도 20여명이 넘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만간 더 많은 이가 석방될 것”이라며 “정부도 이 작업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석방된 이들은 자유의 대가로 재산 중 상당 부분을 내놓기로 당국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사우디 당국은 재산의 일부를 포기하면 법정에 세우지 않고 석방시켜주고 있다”며 “점점 더 많은 이가 신속히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정부의 압박에 수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무타입 빈압둘라 왕자는 정부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내고 풀려났다. 억만장자인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의 경우 당국이 보석금으로 최소 60억달러(약 6조4,800억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탈랄 왕자는 공개된 재산만 18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사우디 국민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반 국민이 경기 침체를 견뎌내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는 이같은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한 학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왜 가난한 사람들만 궁핍한 생활을 감수해야 하느냐”라며 “부유층들도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빈 살만 왕세자는 부패 척결을 내세워 권력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환수금을 통해 고갈된 국고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2015년 980억달러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으며,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790억달러와 610억달러의 적자가 났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