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다툼으로 정기국회에서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에 실패한 데 이어 12월 임시국회마저 빈손으로 문 닫을 상황에 처했다. 여야 갈등으로 22일 본회의가 무산돼 32건의 민생법안은 물론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 안철상ㆍ민유숙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도 물 건너갔다. 23일 종료 예정이던 임시국회는 1월 9일까지 자동 연장된 상태다. 국회법 규정에 따라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회기가 30일로 늘어나서다.
일단 시간은 벌었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간 이견이 큰 개헌특위 연장 문제를 빼고 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개헌특위 연장 무산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주 본회의 무산의 주된 책임은 한국당이 져야 한다. 홍준표 대표는 대선 공약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개헌 국민투표를 내년 말로 늦추자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면 투표율이 올라가 한국당에 불리하다는 정치 셈법 때문이다. 조속한 개헌이 국민의 뜻이었음에도 정략적 이익을 좇아 자신이 내건 공약마저 헌신짝처럼 차버리는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평행선을 달리는 개헌특위 연장 문제를 민생법안 처리와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헌특위 연장 문제는 여야가 시간을 갖고 논의해도 된다. 전혀 논점이 다른 개헌특위 연장 문제와 민생법안 및 감사원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연계하는 것은 제1야당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한국당이 정치적 명분이 약한 연계론을 고집하는 것은 최경환ㆍ이우현 의원을 보호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본회의 무산 탓에 두 의원에 대한 검찰의 신병 확보가 어려워졌으니 결과적으로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써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합의한 32건의 민생법안 중에는 연말 일몰 시한을 앞둔 법안이 적지 않다. 이들 법안이 연말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당장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가 간다. 한국당이 민생법안 처리를 계속 지연시킨다면 명분 없는 개헌 논리에 방탄국회까지 동원한다는 국민적 역풍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민주당도 연장된 임시국회 회기 중 한국당과 개헌특위 문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해야 한다. 여야는 당장 의사일정을 협의해 이미 합의한 32건의 민생법안과 감사원장, 대법관 임명동의안부터 처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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