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책 北은행 해외책임자 14명도
김정은ㆍ김여정은 이번에도 빠져
향후 제재ㆍ대화국면 염두에 둔 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현지시간) 채택한 새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의 제재 대상 명단에는 북한 미사일 개발의 핵심 주역 2명과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자금 조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은행 해외 책임자 14명이 포함됐다. 최고 책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번에도 빠졌다.
안보리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린 리병철 제1부부장과 김정식 부부장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ㆍ운영 등을 총괄하는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이다. 두 명은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전일호 인민군 중장 등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4인방’으로도 불린다. 안보리 결의는 특히 김정식을 “북한의 WMD 개발을 주도한 당국자”로 평가했다.
미사일 개발 추진단장 격인 리병철은 공군 사령관을 맡았다가 2014년 12월쯤 당 군수공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탄도로켓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국가우주개발국 소속이었던 김정식은 지난해 2월 7일 위성 광명성-4호 발사를 현장에서 지휘했고, 이를 계기로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자리에 올랐다.
둘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단골 수행원이기도 하다. 통일부에 따르면 10월 17일 기준으로 올해 김정은의 공개 활동 75회 중 리병철ㆍ김정식의 수행 횟수는 각각 14, 13회에 이른다. 둘 앞에는 최다인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23회)과 ‘2인자’ 최룡해 당 부위원장(16회)뿐이다. 둘은 7월 4, 28일 이뤄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1, 2차 시험 발사와 8월 29일, 9월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시험 발사 등 북한의 주요 미사일 발사 때마다 빠짐없이 김정은을 따라 등장했다.
수행 과정에서 이들이 김정은과 함께 담배를 들고 있거나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10월 7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리병철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김정식이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각각 보선됐지만,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난달 29일 ICBM급 화성-15형 발사 때와 이달 11~12일 북한 내 군수 분야 핵심 간부들이 집결한 가운데 평양에서 열린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둘 모두 이미 정부의 대북 제재 명단에는 등재된 인물이다. 리병철은 지난해 3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독자 제재 리스트에, 김정식은 같은 해 12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대상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금융기관 관계자를 포함한 신규 제재 대상 16명은 모두 한국과 미국의 기존 독자 제재 리스트에 들어가 있다.
이번 제재로 안보리 결의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은 79명, 단체는 54개로 늘었다. 안보리 제재 대상이 되면 해외 자산이 동결되고 해외 여행도 금지된다. 이번에 김정은과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블랙 리스트에 추가되지 않은 건 향후 제재와 대북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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