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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깡’ 비자금 대구은행장 수사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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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깡’ 비자금 대구은행장 수사 난관

입력
2017.12.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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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검 "범죄 혐의 소명 부족" 영장 기각

경찰 "기각 사유 검토 후 재신청 여부 결정”

대대적 압수수색ㆍ5개월 수사 용두사미 우려

대구경찰청 전경.
대구경찰청 전경.

박인규 대구은행장 비자금조성 사건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경찰이 박 행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됨에 따라 ‘카드깡’으로 조성한 비자금 30억 원의 구체적 사용처 규명이 더욱 어렵게 됐다. 부정한 방법으로 조성했더라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비자금 조성을 처벌하기 힘든 법적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대구지검은 지난 19일 대구경찰청이 업무상 배임ㆍ횡령 등의 혐의로 신청한 박인규 대구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범죄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하고 보강수사를 지휘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영장 기각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50여 명을 동원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5개월 가까운 수사결과가 검찰 문턱조차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 동안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 자체는 확인했다.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서다. 박 행장은 취임(2014년 3월 27일) 직후인 2014년 4월부터 지난 8월 3일까지 함께 입건된 대구은행 부ㆍ차ㆍ과장급 간부 17명과 법인카드로 32억7,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해 상품권판매소에서 5%의 수수료를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방법 등으로 3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내부적으로는 업체 견적서를 위조해 고객사은품을 구입한 것처럼 처리했다.

하지만 박 행장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 대부분을 전현직 직원 경조사비나 직원 격려금, 고객접대 등 공적인 곳에 사용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 사용 내역 대신 A4 용지 한 장에 개략적인 사용처만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지술, 박 행장 진술 등이 서로 맞지 않고 임원 통화내역 요구 등 증거인멸 우려가 높아 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며 보완수사를 거쳐 재신청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5개월 가까이, 박 행장만 3차례 소환해 조사해 놓고 구체적 사용처를 규명하지 못한 마당에 앞으로 새로운 결과를 내 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 미지급 부분도 '별개'라며 선을 긋는 등 수사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경찰은 지난해 9월28일 이후 지출한 경조사비나 접대비 등은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데도 따로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행장 측은 한 장 짜리 소명서에서 경조사비로 1회 20만~50만원을 지출했다고 적었다. 경찰이 자칫 지역 유력인사들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사적 횡령만 추궁하다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사회 일각에선 "확실한 물증도 없이 죄도 안 되는데 경찰이 지역 최고 기업 CEO를 대상으로 무리한 수사를 펼쳐 대구은행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식의 역풍도 부담이다.

지역 한 법조인은 "과거에는 비자금 조성 그 자체만으로 횡령죄로 기소했고 유죄판결이 나왔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로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면 무죄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와 사정이 변했다"며 "별도의 대체입법이 없는 한 비자금을 조성해 경조사비를 가장한 뇌물이나 유흥업소에서의 접대 등을 처벌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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