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위계ㆍ가족 공동체 등 비슷
“동질감에 업무교류 쉬울 것” 71%
베트남인이 좋아하는 한국 특성
경치 49% 음식 48% IT제품 36%
K팝ㆍ영화 등 한류 젊은층 어필
여성 61% “한국 가보고 싶다”
한국과 베트남 수교 이후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전반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베트남 수교 25년을 맞아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공동으로 베트남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베트남 국민 인식조사’ 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베트남인들은 한류로 상징되는 한국의 대중문화와 스마트폰 등 한국 전자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대체로 여성이 남성보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
한국은 친근한 나라
유교적 위계질서와 가족 공동체 중시, 경로사상과 학문 숭상주의 등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은 나라다. 실제로 베트남인 10명 중 6명은 한국 문화에 동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여성(66.5%)이 남성(55.5%)보다 그렇게 느끼는 응답이 많았고, 한국에 대한 문화적 동류의식은 전반적으로 기성 세대보다 젊은 세대가 강했다. 한국에 문화적 동질감을 느낀다는 응답자 비율은 29세 이하 청년층(71.1%)이 가장 높았고 30~39세(63.5%), 40~49세(48.3%)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낮아졌다.
베트남 국민은 이런 문화적 동류의식이 한국인들과의 업무를 쉽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10명 중 7명(71.0%)이 문화적 동질감이 한국인들과 업무를 쉽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응답했는데, 29세 이하(78.6%)와 여성(76.8%)들이 이렇게 예상한 비율이 높았다. 수교 이후 활발해진 교류역시 친밀도를 높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응답자 71%가 재(在) 베트남 한인 증가가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배양수 부산 외국어대 베트남어과 교수는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대승불교가 주류이고 공히 논농사 문화권”이라며 “바탕 문화가 비슷하니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유사하고 정서적으로도 통해 함께 일하기도 쉽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름다운 경치의 나라
상하(常夏)의 날씨에 비슷비슷한 풍경을 접하면서 살기 때문인지 베트남인들은 계절마다 변하는 한국 경치에 열광했다. 응답자들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특성으로 경치(48.5%)를 꼽았다. 이어 김치, 김밥이 대표하는 한국음식(47.7%), 고품질을 인정받는 전자제품(35.8%)을 좋아했다. 하지만 남녀간 선호도는 뚜렷했다. 남성은 전자제품(58.4%), 경치(49.8%), 음식(41.7%), 가전제품(33.7%), 영화(25.5%) 순으로 꼽은 반면 여성은 음식(53.5%), 경치(47.2%), 영화(44.4%), 패션(41.4%), 미용기술(40.4%) 순으로 선호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한국의 경치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청년층(29세 이하)은 음식, 중년층(40~49세)은 가전제품을 가장 좋아한다고 선택했다.
한편 ‘한국’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남성은 김치(32.7%), 스마트폰(30.9%), 영화ㆍ드라마(29.3%)를, 여성은 영화ㆍ드라마(48.6%), 케이팝(44.2%), 화장품(42.2%)을 꼽았다. 29세 이하 청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5대(大) 한국의 특성으로 음식, 경치, 영화ㆍ드라마, 패션, 음악을 꼽은 점을 감안하면, 한류문화로 상징되는 소프트파워가 베트남 여성과 젊은층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셈이다. 베트남 사회의 한인증가가 양국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응답자 중 여성은 절반 이상(50.3%)이 문화분야 교류를, 남성 44.5%가 경제분야 교류를 이렇게 판단한 근거라고 꼽았다. 29세 이하는 압도적으로 문화(58.42%) 분야를, 40~49세는 과반(50.92%)이 경제분야 교류가 양국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했다. 배양수 교수는 “여성들이 한국드라마에 더 많이 노출되니 호감도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고, 멋진 남자 주인공과 호화로운 배경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며 “특히 한국 대중문화를 자주 접하는 여성들이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응답자 중 한국을 방문한 비율은 12.5%에 그쳤지만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의사는 강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양국은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했는데, (비자면제를 전제로)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이들은 응답자 절반(54.0%ㆍ남성 46.0%, 여성 61.1%)을 넘었다. 다만 ‘한국’ 하면 평창 동계올림픽을 떠올린다는 응답자는 2.7%로 인지도는 낮았다.
김종욱 청운대 베트남학과 교수는 “베트남의 경제수준 향상은 향후 양국관계를 촉진시킬 만한 중요한 요소”라며 “균등발전을 지향해 온 베트남은 경제 수준 향상과 문화 의식의 성숙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lbo.com
권민지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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