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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 과잉 진료, 호갱 된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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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 과잉 진료, 호갱 된 환자들

입력
2017.12.13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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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접종하러 갔는데 비염약”

불필요한 검사ㆍ비급여 진료 일쑤

“국민 부담 는다” 문재인케어 반대하며

되레 환자ㆍ건보 부담 키우는 격

대한의사협회 의사들이 10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 및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저지 집회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한의사협회 의사들이 10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 및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저지 집회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새로 생긴 소아과 가보셨나요? 열도 나지 않고 기침도 없는 최상의 컨디션일 때 독감예방접종 하러 갔는데 독감주사는 안 놔주고 비염약을 처방해주네요.”(A씨)

“전 아이 감기 때문에 가서 옆에 앉아 있었는데요. 제 얼굴만 보고 엄마가 코감기에 걸렸다며 꼭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B씨)

“금요일에 이틀 치 약 처방을 해주면서 일요일에 다시 오라고 하더라고요. 상식적으로 금요일에 갔으면 일요일까지 먹을 약을 처방해줘야 하지 않나요?” (C씨)

서울 송파구에 사는 엄마들이 모인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최근 A씨의 글이 올라오자 순식간에 ‘공감 댓글’ 수십여 개가 연달아 올라왔다. 아파트 단지 근처에 새로 개원한 소아과의 과잉진료 주장에 대해 너도나도 ‘나도 겪었다’며 푸념들을 쏟아낸 것이다. 한 엄마는 “독감예방접종 할인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다른 진료로 돌려 돈을 버는 영업전략이 아니냐”고 했다.

동네 병ㆍ의원들의 과잉 진료에 의료소비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충분한 설명 없이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치료를 받게 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권유하기 일쑤다. 의료소비자들은 과잉 진료라는 의심이 들어도 극심한 정보의 비대칭 탓에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의료소비자 사이에서는 “병원에서도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조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가 건강보험 보장을 대폭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에 대해 재정 악화로 인한 국민 부담 증가를 이유로 격렬히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 현장 일부에서는 환자들과 건강보험에 부담을 지우는 과잉 진료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12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병원들은 진찰, 검사, 수술, 처치 등 의료서비스를 각각 환자에게 제공한 만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수가’를 받는다. 이런 행위별 수가제는 과잉 진료를 유혹하는 요인이 된다. 의사들이 환자를 되도록 짧게 많이 진료하고 개별 환자에게 보다 많은 검사를 실시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의료 총량 제한이 없는 행위별 수가제로 병ㆍ의원과 대형병원이 과잉 경쟁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의료소비자들이 과잉 진료라고 의심할만한 사례는 도처에 널려 있다. 박민호(47ㆍ가명)씨는 최근 대형종합병원의 종합검진 후 안구 건조증 진단을 받았는데 약국제출용 처방전을 분실해 서울 중구 I안과를 찾았다가 수상한 진료비를 얹어 낸 후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본인보관용 처방전을 보여줬더니, 의사는 현미경으로 눈을 1, 2초 본 후 같은 약을 처방해줬다. 길어야 20초 정도 걸린 진료에 박씨가 부담한 본인부담금은 7,200원. 박씨가 “어떤 비용이 포함 됐느냐”고 묻자 병원 측은 “눈물샘 검사를 해 추가 검진비가 포함된 것”이라고 뒤늦게 설명했다.

검사나 진단 뿐 아니라 의약품 처방을 강요 받는 일도 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민정(29ㆍ가명)씨는 이미 구입해 먹는 엽산제가 있는데 둘째 임신 후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 의사가 같은 기능이 있는 엽산제를 또 처방했다. 이씨는 “첫째 임신 때 같은 의사가 추천했던 엽산제를 이미 구입해 먹고 있다고 말했지만, 의사는 병원에서 직접 만든 엽산ㆍ철분 복합 영양제가 새로 나왔으니 기능이 더 좋다며 또 처방해줬다”며 “병원 대기실 한 켠에 약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부스를 차리고 설명까지 해 세일즈를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을 등에 업고 급여 진료보다 단가가 높은 비급여 진료를 권하는 건 벌써 수년 째 문제가 되고 있다. 평소 허리통증을 호소해온 회사원 박성호(36)씨는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의 Y의원을 찾았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과거 타 병원에서 1만5,000원 가량을 내고 물리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던 터라 비슷한 비용을 예상하고 찾아갔는데 병원에서는 “실손보험이 있으면 도수치료를 받으라”고 막무가내로 몰아세웠다. 박씨는 아무리 실손보험이 있다고 해도 본인부담률이 30%나 달하는 상황에서 굳이 20만원 가까운 도수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고 했으나 병원측은 도수치료만을 고집했다. 박씨는 결국 병원을 도로 나서야 했다.

병원마다 진단이 천차만별인 치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손아영(30ㆍ가명)씨는 집 인근인 서울 구로구 W어린이치과를 아이 진료 때문에 찾았다가 본인에게 5개 충치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측은 비급여인 레진으로 치료 시 40만~50만원, 금으로 씌우면 200만원 가량 비용이 든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인근 B치과를 찾았더니 담당 의사는 “충치로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며 손씨를 그대로 돌려보냈다. 손씨는 “B치과에선 오히려 치아 관리를 잘했다고 칭찬해 어이가 없었다”며 “병원마다 이렇게 진단이 달라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12일 오후 용산구 한강로 대한의사협회에 관계자가 드나들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12일 오후 용산구 한강로 대한의사협회에 관계자가 드나들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상황이 이렇지만 정작 과잉 진료를 정의하고 규제하는 시스템은 마땅치 않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학적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의료행위는 과잉진료로 봐야 하지만, 의학은 전문적인 영역이고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비효율적인 지출을 식별하고 적절하게 규제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기관이 적절한 진료를 했는지 심사해 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를 지급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가령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의 사례처럼 표준 지침을 벗어나 치료하는 게 환자 생명을 위해 필요한 의료행위일 경우 무 자르듯 ‘과잉’이라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환자가 부당한 의료비를 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요양기관이 환자에게 급여항목을 비급여로 청구하는 등의 경우 심평원의 ‘진료비 확인 요청제도’를 통해 부당 청구된 금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총 1만344건의 민원이 접수됐는데 이 중 3,340건이 환불 처리됐다. 하지만 이 또한 비급여가 잘못 청구됐거나 과도하게 청구됐을 때만 구제 받을 수 있고, 의료진이 의도한 급여 과잉진료를 걸러내지는 못한다.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정유석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진료지침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사협회는 각 전문과목별 의료행위 진료정보를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다듬어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방적 차원에서 진단을 하고 진료행위를 하는 것이 환자에게 실제로 유리하게 나타날 수 있느냐 아니냐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크다”며 “적정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경우 오히려 과소진료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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