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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의 행복세상] 12월을 가장 여유롭게(?) 사는 법

입력
2017.12.12 14: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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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모임 수동적으로 참가하는 대신

주도적으로 일정을 정해서 살아 보자

챙기지 못한 분들과의 만남 우선해야

통상 12월은 누구에게나 약속이 가장 많은 달이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12월엔 각종 모임이 겹쳐 잇따른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12월이 가장 여유로운 달이다. 아니, 여유롭게 살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발상의 전환 덕분이다. 여러 모임이나 약속이 겹치게 되면 어차피 다 참석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못 가는 곳에는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 그럴 바에야 발상을 전환해서 12월 모임에는 일단 전부 못 간다고 양해를 구하고 그 대신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쓰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간은 있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라는 발상으로 12월만큼은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나 모임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대신 자신이 주도적으로 일정을 정하고 살아보는 것이다.

2002년 2월 통계청장으로 부임해서 처음 맞은 12월에 이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본 경험이 있다. 기관장으로 있다 보니 12월에는 더더욱 이런 저런 명목의 모임이나 약속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몰려왔다. 흥미로운 점은 “모임이 겹쳐서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취했을 때 평소와 다르게 상대방이 쉽게 이해를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워낙 약속이 많은 연말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생각한 때문이리라.

이를 계기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모든 모임에 다 참석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모든 곳에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하고 그 대신 한해 동안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분들과의 만남을 위해 시간을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특히, 평소에 기관장으로서 외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충분한 대화를 함께 하지 못한 직원들과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12월 한달 동안 500명이 넘는 직원들과 점심이나 저녁을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는 대단히 긍정적이었다. 직원들은 청장이 가장 바쁜 12월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함께 해준 점에 대해 고마워하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직장 동료 몇 사람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한 분이 “평소에도 많이 바쁘신 분이 12월에 그 많은 일정을 어떻게 소화하세요?” 하고 물었다. 일단 유머로 대답했다. “소화제 먹고 소화하지요!” 그렇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 후에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냈다. 통계청장 재직 시절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그 후부터 12월에 가장 여유롭게 산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동료에게도 가급적 그렇게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날 함께 한 다른 동료들도 실천에 옮겨 보겠노라는 다짐을 했다.

여기서 용기를 얻어 그 뒤 서울대 과학기술산업융합최고과정(SPARC)의 “2017 송년의 밤” 특강에서도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자리에는 특히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임원이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연말에 가급적 직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보도록 권했다. 여기서도 많은 분들이 당장 이번 12월부터 실행으로 옮겨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바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불만은 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경제 외적인 측면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 상사나 동료로부터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데서 싹튼 불만족 또한 대단히 많다. 이러한 여건에서 직장의 최고경영자나 임원이 연말에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면서 한해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면 소통을 원활하게 할뿐만 아니라 직원의 불만도 줄여주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지인들에게 남들이 가장 바쁘다고 생각하는 12월을 역설적으로 가장 여유롭게(?) 보내보도록 권한다. 특히, 1년 내내 바쁜 일정 때문에 소홀히 했던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시간을 늘려보라고 제안한다. 이야말로 한 해를 슬기롭게 돌아보고 새해를 멋지게 설계하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겠는가?

오종남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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