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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전쟁, 예결위 간사ㆍ호남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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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전쟁, 예결위 간사ㆍ호남이 웃었다

입력
2017.12.07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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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홍ㆍ김도읍 등 두둑이 챙겨

“예결위 변칙 의사결정 개선” 지적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호남에 SOC 2,000억원 예산 안겨

2018년도 예산안 중 실세 지역구 신설 또는 증액 주요 예산. 한국일보 그래픽팀
2018년도 예산안 중 실세 지역구 신설 또는 증액 주요 예산. 한국일보 그래픽팀

6일 진통 끝에 428조 8,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의 공방 속에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이 지각 처리됐지만 이 와중에도 각 당 지도부와 국회 예산결산특위 간사 등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는 여전했다. 예산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국민의당은 지역기반인 호남에 2,000억원 이상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안길 수 있었다. 3각 원내 교섭단체 체제가 빚은 예산의 정치학인 셈이다.

최대 수혜자는 각 당 예결위 간사

여야 3당의 예결위 간사들은 이번 예산안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간사들로만 구성된 예결위 소(小)소위가 막판 증액 심사를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이들의 영향력과 재량이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간사들 중에서도 황주홍(전남 고흥ㆍ보성ㆍ장흥ㆍ강진) 국민의당 의원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황 의원은 정부안에 없던 고흥 오천항 예산 5억 5,000만원을 비롯해 8건의 신규 사업에서 약 34억원의 예산을 따냈다. 황 의원은 또 강진 신마항 어업피해손실보상비와 고흥-봉래 국도건설 예산도 당초 정부안보다 각각 17억 8,000만원과 30억원씩 증액시켰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의원도 두둑하게 챙겼다. 김 의원은 우선 정부안에 없던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북측 진입도로 예산(24억원)을 비롯해 5건의 신규 사업비 약 37억원을 따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갑)도 정부안에 없던 파주출판단지 세계문화클러스트 육성 예산 7억원을 비롯해, 파주 광탄처리장 증설과 환경부 소관 파주시 운정 예산을 각각 5억원씩 증액시켰다.

예결위 간사들의 예산 독점현상이 해마다 심해지면서 매년 예결위 소소위 등 변칙적인 의사결정형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제각기 지역구 예산을 챙기다 보니 전체 SOC 규모는 정부안보다 1조 3,000억원 증가하고 보건 복지 예산은 1조5,000억 깎이는 기형적 구조가 생겼다”비판했다.

각 당 지도부 지역구에도 뭉텅이 예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 각 당 지도부의 예산 증액도 여전했다. 자유한국당은 예산안 처리 본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채 예산은 확실히 챙겼다.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초 정부안에 없던 남일고은-청주상당 일반국도 건설비 5억원 등 2건의 신규 사업비 약 10억원을 챙겼다. 또 청주, 미원 하수관로 정비사업 예산도 당초 정부안보다 5억원이 추가된 10억원을 확보했다. 예산 전문가인 김광림(경북 안동) 한국당 정책위의장도 안동대 도시가스 인입 배관 설치 예산 15억원을 새로 챙겼고, 안동-영덕과 포항ㆍ안동 1-1 일반국도 건설사업비도 정부안보다 각각 60억원과 15억원씩 증액시켰다.

여당 지도부의 예산 증액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김태년(경기 성남수정) 정책위의장이 경기 성남시 수정경찰서 고등파출소 신축 예산 증액분 30억 9,500만원을 따냈고, 이춘석(전북 익산갑) 사무총장이 3건의 신규 증액 예산 약 34억원을 챙겼을 정도다. 예산안 협상의 주역으로 실세 중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우원식(서울 노원을) 민주당 원내대표만 해도 지역구인 노원구에 아동보호 전문기관 운영비로 정부안에 없던 1억 2,500만원을 확보한 게 고작이다.

여당 지도부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은 사전에 여당 프리미엄을 이용해 정부안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시켰다는 해석도 있다. 또 문재인 정부가 SOC 삭감을 공언한 만큼 국회 심사과정에서 증액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 덕분에 호남 SOC 대폭 증액

지역별로는 호남 지역의 SOC 사업 예산이 2,000억원 이상 증액된 것이 두드러진다. 정부·여당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으로부터 예산안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국민의당 지역 기반인 호남의 요구를 상당히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게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사업이다. 광주송정역에서 목포역까지 이어지는 2단계 노선과 관련, 국민의당과 민주당은 진작에 지역의 숙원대로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방안을 적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설계비 등 154억원이 반영된 정부안 대비 134억원이 증액됐다. 앞으로도 조 단위 예산이 추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

광주-강진 고속도로도 정부 원안은 454억원이었지만 여야 합의를 거친 후 1,000억원이 더해졌고, 광주순환 고속도로 건설에도 200억원이 증액됐다. 역대로 호남 예산 확보에 존재감을 발휘했던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 예산도 호남 예산 증액에 한몫을 했다. 정부 원안에 없던 목포근대문화지원 활용 관광지원화 예산이 7억원 추가된 것을 비롯해 목포대 의과대학 설립타당성 조사예산에도 3억원이 새롭게 편성됐다. 광주ㆍ전남뿐 아니라 전북 지역 SOC 예산도 대폭 늘어났다. 전북의 숙원사업인 새만금개발공사 설립에 510억원의 예산이 증액된 것을 비롯해 새만금과 전주를 잇는 고속도로 건설에 추가로 300억원이 편성됐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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